김정옥<자영업>
그러니까 이래저래 며느리 덕분.
1년 반전에 며느리 덕분에 홍콩여행을 한 적이 있다. 회사에 다니던 아들이 3박4일의 홍콩출장을 가게 되었다. 그 때가 마침 결혼을 한지 얼마 안 되었던 때라 보고 또 봐도 보고 싶은 제 색시와 어만 우리까지를 초대해서 홍콩출장에 동행케 만든 것이다. 호텔은 회사경비로 하나 제 경비로 하나, 둘을 예약해 놓았다 기에 세 사람의 비행기표를 우리가 준비했다.
9시에 출근해서 밤 늦게야 퇴근하는 아들을 빼 놓고, 며느리의 안내로 우리 셋도 아침 9시에서 아들을 만나는 저녁까지 홍콩을 헤매고 다녔다. 시아버지로부터 안내원으로 임명받은 2주일 전부터 홍콩의 관광 안내서를 사서 공부했다는 며느리 덕분에 탈것도(택시, 트램, 2층버스, 배, 눕다시피 올라가는 산을 오르는 전차) 골고루 타보고 먹을 것도 많이 먹고 발 맛사지에 쇼핑까지 셋이서 많이도 뭉쳐 다니며 즐겼다.
출장이 끝나는 날 열심히 일한 아들에게 하루의 휴가가 보너스로 허락이 되었다. 그래서 아들 내외를 홍콩에 남겨 두고 우리만 일정 데로 돌아오게 되었다. 홍콩공항에서 헤어져 돌아서는데 눈물이 뚝 떨어진다. 뒤늦게나마 홍콩을 둘이서 즐길 수 있게 되었다 싶어 몹시 기쁜 마음이었었는데 왜이리 서운할까? 그러고 보니 내 왼팔이 허전했다. 나흘동안 줄 곳 며느리가 내 왼팔을 끼고 바짝 붙어 발 맞추어 걸어 다녔었는데.
미국으로 옮겨오고 나서 겨울이 되면 아쉬운 것 중의 하나가 바로 팔짱끼고 걷는 것이었다. 문화의 차이도 있고 생활의 차이도 있어서 친구든 딸이든 팔짱끼고 걸어볼 수가 없었다. 팔짱끼고 한 오바 호주머니에 두 손 같이 집어넣고 마음 같이 발걸음 같이 새록새록 다정해 졌던 내 친구들. 별 것 아닌 것에도 같이 웃고 같이 화내고 같이 먹고 같이 생각했던 친구들. 그 하나됐던 마음이 바로 팔짱을 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네 손 내 손 깍지 끼고 서로의 체온으로 친구의 추운 겨울을 거뜬히 넘겨 줄 수 있었던 것이다.
내게 팔짱을 껴 주고, 길거리에서 남편과 같이 지도를 보며 서로 자기가 맞다고 우기며 웃어 쌓던 며느리 생각이 났다. 그래, 고맙다. 이 새로운 나라에 와서 신랑도 없이 시부모와 다니며 좋은 것 맛난 것을 혼자 보고 먹느라 네 마음이 무척이나 외로웠었겠구나. 그러고 보니 이 하루는 내색도 없이 잘 대해 준 우리 며느리에게 내린 하나님의 상이었다. 그러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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