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희<공예가>
3월이다. 미국에서의 3월은 그냥 평범한 달이다. 크게 특별한 날도 없고 더군다나 달력에 빨강색으로 표시된 노는 날도 없다. 그래도 나는 2월을 보내고 3월이 되면 무언가 특별한 일이 있을 것만 같다. 왜 이런 느낌이 드는 걸까 하고 생각해보니, 아마도 한국에서 지나온 나의 학창시절에서 기인한 것 같다. 새학년, 새출발을 항상 3월에 하였으니까.
초봄이 시작되는 3월의 교실은 무척 춥다. 바깥 날씨는 새 봄을 노래 하며 밝은 햇살이 쏟아지고 여기저기 새싹들이 움트고 있는데, 교실 안은 한 겨울 동안 교실안을 따뜻하게 덮혀주던 난로들이 다 떼어지고 을씨년스럽기까지 하다. 교실이 그렇게 춥게 느껴지는 이유는 비단 난로가 없어져서일 뿐만은 아닐지도 모른다. 낯선 친구들, 낯선 선생님 , 낯선 교실에서의 서먹한 공기가 더 추위를 느끼게 하는 것은 아니였을까. 서늘한 교실에서 지난 학년에 같은 반이였던 친구들을 찾아보고 있노라면, 지난 겨울 따끈한 난롯가에서 친한 친구들과 옹기종기 함께 모여 도시락을 까먹던 그 시간이 눈물나게 그리워지곤 했던 것 같다.
하지만 그 누구도 3월의 교실이 춥고 외롭다고 표현하지는 않는다. 새 선생님, 새 친구, 새 학년, 새 출발… 대부분의 명사 앞에 새로운 이라는 수식어를 붙이며 3월을 축복했다. 새 책상, 새 의자에 앉아 있던 새 학년의 학생들은 약간의 불안한 마음도 있었겠지만, 그 보다는 저 선생님은 어떤 분일까, 내 옆 짝은 어떤 아이일까, 올해는 어떤 일들이 일어날까 하는 호기심에 가슴설레였던 것 같다. 올 해는 작년보다 한 학년 더 올라갔으니까, 올 해는 작년보다 한 살 더 먹었으니까 더 잘 할 수 있을 것 같고, 더 새로운 일이 일어 날 것만 같은 작은 흥분들과 작은 희망들이 3월과 함께 했었다.
1월에 한해를 새롭게 시작하는 것과는 느낌이 다르지만, 이제 본격적으로 화려한 햇살이 눈 부실 봄이 시작되는 3 월이다. 이제는 겉표지를 새로 쌀 새 책을 받을 나이는 아니지만, 나도 무엇인가 새로운 일이 있으면 좋겠다. 작은 흥분들과 작은 희망들이 내 안에서 소란을 떨었으면 좋겠다. 올해는 무언가 새로운 도전을 해 볼까, 새해 내 다짐이 무엇이었나, 다시 한번 생각해 본다.
이번주는 오는 봄을 시샘하듯 비가 어지간히도 퍼 붓는다. 하지만 이 비가 그친 뒤의 햇살은 더욱 더 화사할 것이다. 새 봄이 시작하는 또 다른 시작의 달, 3월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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