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를 함유한 염색체 세트인 ‘게놈’에 대한 연구는 질병에 대한 치유란 점에서 각광을 받고 있으나 인간의 진화에 대한 해석에도 도움을 주고 있다.
인간의 진화는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된다는 이론이 제기돼 주목받고 있다. 유럽인들도 처음엔 검은 피부를 갖고 있다가 생존 차원에서 엷은 색 피부로 바뀐 것도 환경에 적응하면서 유전자가 변화한 것이다.
염색체‘인간게놈’700세트 연구결과 발표
약 5,000~1만5,000년부터 환경에 적응
미각·후각·뼈 구조·소화 및 뇌 기능 변화
유럽·아시아, 농경생활이 진화에 큰 동인
4만5,000년 전 유럽 정착인들 검은 피부
생존 위해 6,600년 전부터 엷게 변해
자연선택 또는 자연도태의 법칙에 따르면 인간에게 보탬이 되는 유전자는 많은 사람들 사이에 보편화되면서 후대에 전해진다. 연구자들은 아프리카, 아시아, 유럽의 주민들을 연구대상으로 삼았다. 아프리카인, 유럽인, 아시아인이 현저히 다른 것은 피부색, 머리카락 모양, 뼈 구조를 결정하는 유전인자가 자연선택의 원칙에 의해 후손에 유전됐기 때문이라는 이론이다.
이러한 연구 결과는 지구상에 사는 인간이 기본적으로 유사한 유전자를 갖고 있으면서도 지역별 인종별로 상이한지에 대한 인류학적 설명을 용이하게 한다. 다시 말해 인간의 진화가 먼 옛날에 멈춘 것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에도 아주 조금씩 계속 진행되고 있다는 가설을 뒷받침한다.
연구팀장인 시카고 대학의 조나단 프리차드 교수는 “지난 1만여년 동안 인간이 지속적으로 진화해 왔다는 점을 자연선택 이론이 증명한다”며 “인간의 진화가 중지됐다는 것을 입증할 어떠한 근거도 없다”고 덧붙였다. 이들 연구팀은 세 지역 사람들의 유전자 변화를 추적하고 분석했다. 2003년 인간게놈 지도를 해석한 ‘햅맵 프로젝트’(HapMap Project)는 주로 질병 치료를 위한 목적으로 추진됐으나 이 자료를 이용해 인간 진화 이론을 추출해 낸 것이다.
프리차드 교수팀은 인간게놈 가운데 동일하지 않으면서 두드러진 특징을 지닌 세트를 분류해 이 연구에 초점을 맞추었다. 자연선택의 원칙에 따라 이들 특별한 게놈 세트들이 환경변화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유심히 관찰했다. 유럽인들에게서는 유당(락토오스)을 소화해 내는 게놈이 공통적으로 발견됐다.
또 일부 게놈 세트는 식물에 들어 있는 독소를 제거하고 맛과 냄새를 전달하는 기능을 한다. 이는 인간이 야생에서 음식을 조달하던 생활패턴에서 직접 재배하거나 관리하는 동식물을 먹거리로 삼으면서 진행된 진화라고 연구팀은 주장했다. 이들 선택 게놈 세트가 인간에 보편적인 게놈으로 자리를 잡게 된 것은 아프리카의 경우 1만800년 전, 아시아와 유럽에서는 6,600년 전으로 추정했다. 스탠포드 대학의 고인류학자인 리처드 클라인 교수는 연도를 정확히 측정하는 것은 매우 힘들지만 유럽과 동아시아에서의 게놈 변화는 농업의 시작과 궤도를 같이 한다고 했다. 쌀 농사는 6,000~7,000년 전 중국에서 활발했으며 비슷한 시기에 유럽에서 농사를 지었다.
그리고 뼈 구조를 보면, 중국인의 경우 근대 중국인의 뼈 구조는 농경사회 이전에는 찾아보기 힘들다고 연구팀은 말했다. 유럽인들도 근대의 골상이 1만년 전에는 찾아보기 힘들다고 했다. 이는 아시아인이나 유럽인에게 뼈의 구조도 바뀌는 진화가 오랜 과거에 진행됐다는 점을 의미한다.
프리차드 연구팀은 또 신생아의 뼈 구조에서 야생생활에서 농업에로의 정착생활을 말해 주는 변화가 나타난 점을 들어 인간의 게놈이 농업과 함께 변화를 겪었다고 강조했다. 프리차드 박사팀이 ‘특별한 게놈 세트들’을 연구한 결과, 이들 게놈 세트가 환경변화에 적응하는 모습이 드러났고 아프리카인, 유럽인, 아시아인들이 왜 같은 인간이면서 여러 가지 측면에서 매우 상이한 특성을 보이는 가에 대한 궁금증을 상당 부분 풀어주고 있다.
피부색을 통한 연구도 흥미롭다. 프리차드 교수팀은 피부색을 결정짓는 게놈 5세트를 추출했다. 유럽인의 엷은 피부색에 대한 연구를 위해서다. 인류학자들은 근대의 인간이 유럽에 도착한 것은 약 4만5,000년 전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리고 당시 인간은 검은 피부를 갖고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유럽에서 생활하면서 비타민 D 합성을 위해 필요한 햇빛을 받아들려고 피부색이 점점 엷어졌다는 것이다.
피부색을 결정하는 게놈 세트의 분석에 따르면 유럽인의 피부가 현재처럼 희게 된 것은 불과 6,600년 전쯤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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