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지인들과 함께 뉴욕 인근의 산으로 봄나들이에 나선 한인 김모씨. 모처럼 완연한 봄기운을 만끽해 보겠다는 김씨의 바람은 그러나 산 정상에 올라섰을 때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산위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탁 트인 멋진 전경이 아니라 나무마다 한글로 새겨진 낙서들이었기 때문이다.
한글 낙서는 볼펜뿐만 아니라 칼로 이름과 하트를 도려낸 흔적이 선명했고 ‘누구누구가 언제 이곳에서 키스를 했다’는 등의 민망한 내용까지 버젓이 담고 있어 김씨는 당혹감을 금할 수 없었다.
또 다른 아마추어 산악인 배씨. 날씨가 풀리면서 대학 동창들과 모처럼 산을 찾았다가 등산길에 버려진 한국산 과자와 라면봉지를 발견하곤 씁쓸함을 감출 수 없었다. 행여 함께 등반한 타인종 친구들의 눈에라도 띄면 국가적 망신이라는 생각에 쓰레기를 몰래 짚어 주머니에 넣어야 했다.
이처럼 봄기운이 완연해지면서 최근 나들이객이 늘어난 뉴욕 인근의 산과 공원에 한글 낙서와 한국산 제품 쓰레기가 난무하는 등 행락질서를 어지럽히는 한인들이 늘고 있어 각성이 촉구되고 있다.이 같은 한인들의 행락질서 위반행위는 비단 낙서나 무단으로 쓰레기를 버리는 것에서 끝나지 않는다. 음주 금지구역에서 술 마시기, 큰소리로 소리 지르며 노래 부르기는 물론, 취사금지 구역에서 고기를 굽거나 라면 끓여 먹기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다. 이는 단순한 행락질서 위반에서 그치지 않고 자칫 산불 발생의 위험도 있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되는 사항들이다.
김씨는 “모두가 함께 즐기는 공공장소에서 이 같은 무분별한 행위는 결국 한인 전체의 얼굴에 먹칠을 하는 것 아니겠느냐”며 분개했다. 배씨도 일부 한인들의 무감각한 공중도덕 의식을 지적하며 “한인들이 자율적으로 행락질서를 준수하고 이를 확립하는데 앞장서 노력해야 할 것”이라며 자성을 촉구했다. <이정은 기자> juliannelee@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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