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부로 걷지도 말고…무조건 내지도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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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샌프란시스코에서 자영업을 하는 A씨는 두어달 전 정말 속상하는 일을 당했다. 모 단체 인사가 ‘아주 뜻있는 행사’를 한다며 팸플릿에 광고를 하라고 권해 500달러를 건네주었다. 그 단체의 요구는 그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불과 며칠뒤. 이제는 그 행사 티켓을 사달라고 손을 내밀었다. 지리한 장마로 장사도 잘 안되는 터에 500달러를 줬으니 줄만큼 줬다고 생각한 A씨는 곤란하다고 돌려보냈다.
그랬더니 그 단체 ‘실세’로 알려진 사람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광고비를
1,000달러 이상 냈으면 몰라도…”라며 티켓을 사줘야 된다는 투로 억지를 썼다. A씨는 심한 모욕감과 불쾌감을 느꼈지만, 우선 입방아에 오르내리는 것이 싫고 행여 장사에 지장을 받을까봐 함부로 말도 못꺼내고 벙어리 냉가슴 앓듯 아직도 찜찜한 기분이다.
#2 이스트베이에서 스몰비즈니스를 하는 B씨는 지난해 봄 어느 단체 임원의 전화를 받고 기가 막혔다. 아무리 뜯어봐도 그 단체는 소위 잘나가는(서민층 눈으로 보면 적어도 하루하루 돈걱정은 안해도 되는) 사람들의 친목회 비슷한 성격인데 누가 시키지도 않은 떠들썩한 행사를 한다면서 맡겨놓은 돈 내놓으라는 투로 후원금을 요구했던 것이다. 더욱이 B씨는 그 단체와 선의의 경쟁적 관계에 있는 단체에 속해 있었다.
또, 사정사정 해도 줄까말까 하고 비즈니스가 영 신통찮아 주려고 해도 지갑이 헐거운데 몇날 몇시에 갈테니 후원금 얼마를 준비해놓으라는 식으로 말하는 그 품세를 보고는 기가 질려버렸다. 좋게 말해 활빈당, 나쁘게 말하면 북새통시장에 기생하는 깡패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든 그는 주변 상인들에게 속마음을 털어놓았더니 거의다 같은 생각이어서 또한번 놀랐다고 한다.
A씨 B씨 같은 사람들은 이밖에도 수두룩하다. 유형도 가지각색이다. 그런데도 정신 못차리는 사람들 역시 적지 않다. 모 전직단체장은 아직도 자신이 장으로 있을 때 밤낮없이 쫓아다니면서 돈 거둔 이야기를 무용담처럼 떠들고다닐 정도로 도덕불감증이 중증이다. 반성은커녕 돈걷이에 소극적인 후임단체장을 나무라며 자신이 직접 후원금걷이에 나서려고 의욕을 보이기까지 했다.
각종행사 후원금 또는 각종명목 성금-. 한인사회의 필요악이자 고질병처럼 굳어진 돈 잡음이 앞으로는 많이 수그러들 것 같다. 여러 한인단체들이 일반교민을 대상으로 한 돈걷이를 자제하려는 움직임을 보여온 것이다.
지난해 초 출범 당시부터 무대포 돈걷이 자제를 선언하고 ‘일단 거두면 일반인을 대상으로 결산공고를 한다’는 원칙을 지켜온 샌프란시스코한인회(회장 김홍익)는 지난해 연말 호화판 송년잔치를 폐지하고 한인회관에서 총회로 대체한 데 이어 올해 들어서는 매년 봄 실시해온 기금마련 골프대회를 아예 없애버렸다.
SF한인상의(회장 유대진)도 지난해 10월 일반인 대상 후원금걷이 중단을 선언했고, EB한미상의(회장 전동국)는 지난해 5월 현 집행부 출범때부터 회원제를 도입하고 회원 이외 후원금갹출 중단을 선언한 이후 지금까지 단 1달러도 비회원 후원금을 받지 않았다.
실리콘밸리 한인단체연합회(대표 알렉스 허)는 5월 축제를 일반후원금 없이 실시하기로 했고, SV체육회(회장 장길현)도 이 대열에 합류하겠다고 발표했다. 07미주체전을 주관하는 SF체육회(회장 윌리엄 김)는 공동주최측인 대한체육회 등의 협조를 얻어 교민부담 없는 체전이 되도록 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정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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