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 시대…한인들 선호차종 변화

나일스에 사는 김모(33)씨는 얼마전 자신의 BMW SUV를 아큐라 세단으로 바꿨다. 개스값이 천정부지로 솟는 요즘 소유하고 있던 SUV 차량의 유지비를 감당하기 어려워졌기 때문. P오토샵에서 차를 맞교환했을 때는 어느정도 손해를 봤지만 그는 후회하지 않는다고 했다. 전에 타던 SUV는 연료를 가득 채우는데 70달러가 넘었지만 지금은 30~40달러면 충분하죠. 또 연비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이니 훨씬 마음이 편합니다.

최근 김씨처럼 비싼 연료비를 고려해 연비가 좋은 차를 찾는 수요가 점점 늘고 있다. 에이스오토의 도노반 조 딜러는 일리노이주 자체적으로 중고차가 모자란 상황이라고 전제한 뒤 코롤라와 시빅처럼 연비가 좋은 차량은 매물로 나오기가 무섭게 판매되고 있다고 전했다. 또 그는 고유가와 불황이 겹쳤기 때문에 최근 일본차 수요가 많이 늘어난 반면, 개스를 많이 먹고 잔고장 많아 예전에도 기피 대상이었던 미국차는 요즘은 손님들이 아예 쳐다보지도 않을 정도라고 덧붙였다.

고급차 딜러샵에도 연비에 관한 문의가 끊이지 않고 있다. 보통 가격이 4~5만달러이상인 프리미엄급 차량의 고객들은 연비에 큰 관심이 없다고 알려져 있지만 최근 고유가 시대를 맞아 고객들의 태도가 달라졌다는 게 업계의 판단이다. 모토 워크 조윤태 매니저는 4륜 SUV 판매가 부진한 실정이라며 고급차 수요는 항상 있지만 예전처럼 개스 소비가 많은 차는 외면 당하기 일쑤라고 밝혔다. 샵을 방문하는 고객들이 연령대를 막론하고 연비 관련 문의를 많이 한다는 것도 최근 심심찮게 볼 수 있는 풍경이라며 그는 앞으로 유가가 떨어질 가능성이 많지 않기 때문에 차는 좋은 것을 사더라도 유지비 적게 드는 것으로 선택하는 모양이라고 말했다. 또 조 매니저에 따르면 같은 SUV라도 BMW X5보다는 X3를 고르는 등 등급이 낮은 차를 선호한다는 것. 고급차의 대명사격인 벤츠도 CLS 등 연비절약형이 많이 팔린다는 귀띔이다.

연비가 월등한 차라면 하이브리드카도 빼놓을 수 없다. 업계 관계자들은 대표적인 하이브리드카인 도요타 프리우스의 경우 물건이 없어 못팔고 있을 정도라고 입을 모았다. 수 리 샴버그 도요타 딜러는 프리우스의 연비는 1갤런에 60마일(시내주행)로서 만땅 채우면 시카고에서 뉴욕 버팔로까지 논스톱으로 달릴 수 있다. 또 캠리가 43마일, 하이랜더 33마일로서 도요타의 하이브리드카들은 동급 대비 배이상 연비가 좋은 것이라며 자랑스러워 했다. 특히 프리우스는 MSRP(권장소비자가격)보다 실거래가가 1천달러 이상 높을 만큼 인기리에 판매되고 있다고. 이에 대해 이씨는 대부분의 차량이 인보이스와 MSRP사이에서 가격이 결정되는 것을 고려한다면 프리우스의 인기가 얼마나 대단한지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또 그는 주문량이 폭주해 차를 받으려면 3~6개월 정도 기다려야 한다며 하이브리드카의 가격은 일반형보다 좀더 비싼 편이지만 연방정부의 세금 공제 혜택과 높은 연비를 고려한다면 오히려 경제적이라고 강조했다.

모토워크 조 매니저는 아직은 하이브리드 차량 선호가 전반적인 분위기라고 판단하기엔 이른 감이 있다면서도 하지만 메이커들이 고유가에 대비, 하이브리드 차량 개발에 계속 열을 올리고 있고 최근 GM에서도 하이브리드에 사활을 걸겠다고 딜러들에게 언질을 줬다며 앞으로는 고유가를 견딜 수 있는 하이브리드 차량이 대세라고 전망했다. 봉윤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