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파, 국제사회의 외교적 노력 결실 난망 “강력 응징”
온건파, 무고한 국민들 희생 부를 것 걱정 “계속 대화”
“묘수 없나?” 5만 LA 이란인들 삼삼오오 난상토론
지식인 중심, 이란 강경지도부 힘 빼는 ‘민주화 프로젝트’ 추진
7천만 중 60% 차지하는 젊은 층 겨냥 ‘아래로부터의 변화’ 모색
우드랜드힐스의 한 마켓. 창문에 페르시안 말이 네온사인으로 빛난다. 붉은 색으로 ‘Kabob’라고 돼 있다. 옆에 영어로 ‘Iranian Market’이라고 곁들여 쓰여 있다. 이민자들이 많이 거주하는 동네에 자리 잡은 마켓이라 이중언어로 표시했다. 이란의 수도 테헤란을 연상시킨다. 테헤란과 LA를 합성한 ‘Tehrangeles’란 말이 이란 이민자들 사이에선 정감 있게 불린다. LA는 이란 이민자 커뮤니티 가운데 가장 크다.
이 마켓의 이중언어 간판은 최근 이란 이민자들의 심사를 그대로 드러내는 상징처럼 여겨진다. 이란 이민자들은 요즘 이란의 핵 개발을 둘러싼 이란-미국 갈등의 파고 속에서 난처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이란이 핵 개발을 포기하고 민주적 체제로 변화하길 바라면서도, 자칫 핵 문제가 꼬여 미국이 제재를 가할 경우 이란 국민들에게 어려움을 주지 않을까 하는 걱정을 하고 있다.
14년 동안 미국에 살면서도 이란 말만을 고집해 온 후산 사만디는 이란 TV 인공위성 채널의 디렉터다. 그는 동료에게 ‘sanctions’(제재)란 단어의 뜻을 해석해 달라고 할 정도다.
사만디는 “나는 이란을 움켜쥐고 있는 지도자들을 혐오하지만 제재로 국민들이 피해를 입기를 바라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미국이 군사공격을 하면 무고한 국민들이 죽겠고, 그렇다고 공격을 하지 않으면 이들 지도자는 영원히 떠나지 않을 것이다”라며 딜레마에 빠진 속내를 드러냈다.
핵 문제를 둘러싼 이란-미국 갈등이 첨예화하면서 군사행동과 제재 등 미국이 국제사회와 함께 취할 수 있는 옵션의 효과에 대한 긍정적 평가와 그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이란 커뮤니티를 휘감고 있다.
자유기고가인 오마 사샤는 이라크 사태를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면서 “전쟁에 돈을 쓰는 것보다 이란의 민주화를 촉진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전쟁을 해 본들 이란의 지도자들의 세력만 공고히 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란 전망이다.
하지만 대 이란 군사행동을 지지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런데 이들은 대다수 이란혁명으로 재산을 잃거나 권력을 빼앗긴 사람들이다. 다시 이란으로 돌아가 ‘떵떵거리던 과거’를 회복하려는 야심도 드러냈다.
5만여 이란 이민자들은 LA 교외지역에 나름대로의 문화를 지켜가고 있다. 엔시노 타운센터에는 이란 영화를 상영하는 스크린이 6개나 된다. 이란 젊은이들은 전통 카페에서 시간가는 줄 모르고 담소를 즐긴다.
이란 서점에서 책을 구경하는 사업가 파랴 니크바는 “정권이 교체되면 군사행동이 불필요하겠지만 과연 단시일 내 이런 일이 현실화할 지 의문이다”면서 단정적인 선택을 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를 우회적으로 시사했다.
특히 이란 망명자들은 미국이 이란을 강력히 제재하기를 희망한다. 이란 지도부를 옥죄는 수단으로 원유금수와 같은 경제 제재가 그만이라는 시각이다. 이란 핵 문제가 불거지면서 이들 이란 망명자들의 목소리가 더 커졌다.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는 형국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외국에 망명해 있는 사람들을 활용해 이란 정부를 바꾸는 아이디어엔 반대한다. 이라크 식은 성공할 수 없다는 얘기다. 이란 국민들이 자발적으로 정부를 뒤집어엎고 새로운 정부를 세워야 한다는 견해이다.
쫓겨난 과거 이란 왕 팔레비의 아들 레자 팔레비(45)가 미국의 지원 아래 이끄는 그룹 ‘인민 무자헤딘’(People’s Mujahedeen)이 있지만 많은 이란 국민들에겐 이 그룹이 이슬람과 마르크스주의를 혼합한 소수집단에 불과하다고 여기고 있다. 이란의 내부 변화를 주창하는 지식인들은 ‘이란 민주화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후버연구소의 아바스 밀라니 교수가 주동 인물이다.
밀라니 교수는 “미국이 전쟁 으름장을 놓으면 놓을수록 이란의 강경정책은 수그러들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현 이란 대통령을 위시한 강경파에게 힘을 실어주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고 했다. 밀라니 교수는 미국이 제재를 가해 이란 국민들이 고통을 겪게 되면 민주화 캠페인에 역풍이 불뿐이라고 경고했다.
이란 국민들에게 자유의 목소리를 전할 미디어를 설립하는 게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밀라니 교수는 덧붙였다. 특히 젊은 층을 타깃으로 한 민주화 간접 지원이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는 최선의 방책이라고 조언했다.
이란 국민 7,000만명 가운데 젊은 층이 60%를 차지하면 이들은 경제 기회와 개인의 자유가 제약받고 있는 현실에 대해 불만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타임스 특약 - 박봉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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