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나가는
운전자들
소방차나 구급차 등의 사이렌 소리를 들으면 운전자들은 서둘러 도로 가장자리에 차를 세운다. 제 아무리 바빠도 비상차량에 길을 내주지 않고 버티는 ‘강심장’ 운전자는 없다. 성질이 급해 ‘분노조절’을 제대로 못하는 중증 ‘로드 레이지’(road rage) 운전자도 사이렌을 울리며 질주하는 비상차량을 향해 욕설을 날리는 등 괜한 시비를 걸지 않는다.
조의표시는 옛말
욕설까지 예사
일부 네티즌
장례차량도
법지켜야 반론도
비상차량에게 길을 내주는 것이 ‘준법행위’라면 운구행렬을 만났을 경우 잠시 차를 멈추고 이들이 완전히 지나갈 때까지 기다려주는 것은 망자와 유족에 대한 ‘기본 예의’에 속한다.
그런데 최근 들어 이같은 예의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위스콘신주의 지역 신문인 밀워키 저널-센테니얼은 20일 장의업 전문 종사자들의 말을 빌어 “망자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조차 지키지 않는 ‘막가파’ 운전자들로 인해 장례식과 관련한 크고 작은 교통사고가 빈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성질 급한 운전자들이 장례차량 대열 사이를 뚫고 무리한 끼여들기를 시도하려다 접촉사고를 일으키거나 앞차를 들이받아 부상자를 내는 사례가 심심찮게 발생한다는 것.
이보다 ‘로드 레이지’의 정도가 심한 ‘구제불능 운전자’는 기를 쓰고 유해를 실은 운구차량을 쫓아가 유족들을 향해 가운데 손가락을 치켜들며 낯뜨거운 욕설을 퍼붓곤 한다고 이 신문은 덧붙였다.
이 신문의 인터뷰에 응한 장의 관계자들은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길을 가다 운구행렬을 만나면 차를 세운 후 묵념으로 조의를 표시하는 사람들이 더러 있었지만 요즘은 눈을 씻고 찾아보아도 그처럼 예의바른 운전자를 볼 수 없다”고 한탄했다.
전국지인 USA투데이가 20일 밀워키 저널-센테니얼의 기사 내용을 전하자 수백명의 네티즌들이 다투어 댓글을 올렸는데 이들의 의견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뉘었다.
첫 번째 견해는 베이비부모 세대에 의해 ‘나’ 밖에 모르는 철부지로 성장한 젊은이들이 사회의 도덕적 규범을 외면한 채 천둥벌거숭이처럼 나대고 있다는 우려였다. 그러나 젊은이들의 ‘도덕성 실종’ 주장에 강하게 반발하는 의견도 만만치 않았다.
자신을 20대 남성이라고 밝힌 한 네티즌은 “장례행렬이 신호등이나 정지 신호판을 무시하는 것을 볼 때마다 어김없이 가운데 손가락을 치켜들게 된다”며 “교통법규집을 아무리 들춰보아도 장례행렬은 신호등과 사인판을 무시해도 좋다는 조항은 없다”고 강조했다. “정작 법을 어긴 쪽은 자신들이면서 다른 운전자들을 향해 버르장머리가 없다고 혀를 차는 짓거리야말로 손가락질을 받아 마땅한 위선적 태도”라는 주장이다.
“도로란 의식을 치르는 곳이 아니라 차량 소통을 위해 존재한다”는 딱 부러지는 반론도 나왔다. 이 네티즌은 “고인과의 작별의식은 장례식장에서 하는 것으로 족하다”며 “기나긴 장의 차량행렬로 다른 운전자들에게 불편을 끼쳐가면서 가족을 잃은 슬픔을 위세화 하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고 꼬집고 “꼭 필요하다면 밤늦은 시각이나 이른 아침을 택하는 것이 타인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이자 예의”라고 맞받았다. 한마디로 “법은 일방통행이 될 수 있지만 예의란 ‘쌍방통행’이어야 한다”는 것이 ‘철없는 젊은이’들의 항변인 셈이다.
<이강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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