꾕가리를 앞세운 붉은 악마 응원단이 한국 전통 문화 ‘알리미’를 자처하고 있다.
“당당한 붉은 악마 두렵다”
‘한국의 힘’에 유럽이 깜짝
눈을 한아름 뒤덮는 푸른 잠자리 선글라스를 걸친 여대생 김혜정(20)양. 키 160㎝가 될까말까한 아담한 동양 아가씨인 김양은 “완전 비호감이예요. 비호감”이라며 붉은 악마만 보면 손가락을 아래로 내리는 파리지엥들 때문에 속을 썩였지만 “대∼한민국”으로 시원하게 한 방 먹였다며 당돌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한국이 16강에서 탈락하면 저 애들 다 죽는 것 아니냐’는 어른들의 근심 어린 시선에도 불구하고 유럽을 붉은 물결로 수놓는 이들, 그들은 붉은 악마다. 유럽팀만 만나면 어깨가 움츠러들어 실력 발휘를 못 했던 과거를 잊은 한국축구대표팀처럼 이들은 당돌, 당당한 모습으로 뭉친 대한민국의 미래다.
붉은 악마는 유럽을 공포에 질리게 했던 몽골기병을 연상시킨다. 간단한 실크옷으로 무장했던 몽골기병처럼 붉은 악마는 몇 천원짜리의 간단한 붉은 옷만 걸친 채 유럽을 떠돌고 있다. 한국대표팀의 경기가 있는 날이면 경기장 앞으로, 경기가 없는 날이면 유럽 대륙의 사방으로 퍼져 관광을 겸한 한국 알리기의 선봉 역할을 맡아 활개를 치고 있다.
일부 독일인들은 붉은 악마가 무섭기까지하다고 말한다. 한국이 패배하면 자칫 1만여명의 훌리건으로 돌변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입 밖으로 내뱉기까지 했다. 붉은 악마가 연루된 불상사가 없었던 것을 보면 이들의 붉은 기운에 독일인들이 지레 겁을 먹은 꼴이다.
붉은 악마가 유럽인들에게 끼치는 파급효과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을 정도다. 독일 시내 곳곳에 설치된 현대자동차와 삼성전자의 광고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유럽인들에게 여전히 중국과 일본의 틈바구니에 끼인 제3세계의 일원일 뿐이다. 유럽인들은 현대자동차와 삼성전자의 소유주가 한국임을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한국의 정통 붉은 악마를 처음 맞닥뜨린 LA의 60대 한인은 “저렇게 자신감이 넘치는 모습이 우리에게는 없었다”며 서양에 대한 열등감으로 가득했던 1960∼70년대에 젊은 날을 보낸 장년층에게 붉은 악마는 신인류나 다름없다고 인정했다.
붉은 악마는 붉은 기운의 힘을 어디서 찾고 있을까. 한국 대학생 권오현(24)씨는 “붉은 악마란 조직이 있지만 누구나 붉은 악마가 될 수 있는 개방성과 자발성이 수많은 인파를 거리로 불러온 힘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탈권위의 수평적 관계가 연대의 힘을 강화시켰다는 지적이다.
붉은 악마의 신화는 역사에서 찾아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고도 성장기에 태어난 20대 젊은이들은 든든한 경제력으로 노마드족이 될 수 있는 발, 영어 광풍의 시련 속에서 타인과 교류할 수 있는 입을 얻은 것이다. 90년대 중반부터 불어 닥친 국제화 열풍이 10여년의 기간 동안 해외에 내놓아도 꿀리지 않는 당당한 붉은 악마를 만든 것이다.
유럽 대륙의 한 복판에서 맞닥뜨린 붉은 악마를 축구응원단으로만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그들은 대한민국이 걸어 온 지난 역사의 기록이며, 미래 한국의 도면 역할을 해줄 아이콘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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