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의 경기장 한국대표팀의 운명을 가를 하노버 월드컵 경기장. 스위스와 중요한 일전을 앞둔 태극전사들이 22일(LA 시간) 마무리 훈련 후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본사 전송〉
독일 한인사회‘하나’되는 계기로
토고전이 열린 13일 프랑크푸르트의 한인 길거리 응원단은 박람회장 내 아고라 광장과 마인강에 둥지를 틀었다. 붉은 악마 원정응원대는 한인 길거리 응원단이 많다고 흐뭇해했지만 독일의 한인들은 착잡한 심정을 감추지 못했다. 소송과 재선거 그리고 양분의 길을 걸은 두 개의 프랑크푸르트 한인회가 월드컵의 열기에 굴복하지 않고 꿋꿋이 따로 노는 모습을 연출했기 때문이다.
이민 역사 40년의 독일 한인사회는 산업화 시대 한국을 먹여살린 광부와 간호사의 눈물겨운 스토리로 유명하다. 독일 한인사회는 또한 분단 독일의 역사처럼 보수, 진보의 대립과 갈등을 겪었던 냉전의 아픔도 갖고 있다. ‘동백림 간첩단’‘송두율’은 독일 한인사회에 지워진 아픈 생채기나 다름없다.
월드컵 경기가 개최된 독일 시내 곳곳에서 현대자동차, 삼성전자 등 한국 대기업의 간판을 찾기란 어렵지 않다. 삼성전자의 유럽본부가 위치한 프랑크푸르트는 지상사 주재원들로 우글거리는 ‘독일판 한국방’이다.
프랑크푸르트 한인회의 분열은 냉전의 터널을 뚫고 나온 독일 한인사회의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 과거 독일의 한인사회가 진보세력과 보수세력의 이념 분열이었던 데 반해 2006년 프랑크푸르트 한인회의 분열은 과거와 현재의 시차 대립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프랑크푸르트 한인회의 분열은 변화하는 독일의 한인사회를 반영하고 있다. 광부와 간호사 출신이 다수를 차지한 쾰른과 달리 지상사 주재원이 많은 프랑크푸르트에서 한인회장 선거를 둘러싸고 지상사 주재원 출신과 현지 정착 한인이 격돌을 한 것이다. 한인회장 선거의 승자는 신진세력인 지상사 주재원 출신이었지만 선거 과정상 오류로 재판과 재선거 끝에 결국 과거 주류세력이 결국 갈라져 나왔다.
유학생 출신의 이모(27)씨는 이들의 대립에 대해 “한국을 떠나온 지 오래된 한인들은 한국브랜드 과자만 봐도 감격한다. 그러나 한국에서 온 지 얼마 안 된 지상사 출신들은 ‘한국브랜드면 괜찮다’는 현지 한인들을 촌스럽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며 “과자 하나 사는 것만 봐도 두 그룹의 차이를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상사 법인장 출신의 한인회장 선출은 새로운 독일의 한인 사회를 알리는 신호탄과 같다. 이민 2세대인 지상사 주재원 출신의 한인회장 선출은 이민사회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 넣어주는 동력역할을 담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독일 한인 사회의 또 다른 구성원은 한독 혼혈 한인들이다. 광부와 간호사 출신 중 상당수가 한인이 적은 탓에 현지인과 결혼하는 사례가 많았기 때문이다. 함부르크에 사는 혼혈 앙드레 쉬라이더는 검은 머리와 눈의 흔적은 보이지 않지만 “한인 혼혈 친구들끼리 각종 모임을 통해 만나며 크면서 정체성 갈등은 없었다”고 ‘마이너리티 속 마이너리티’의 우려는 기우라고 웃어 보였다.
“이렇게 많은 한인은 앞으로도 없을 것”이라며 흥분을 감추지 못 하는 독일의 한인사회. 한 마음으로 “대∼한민국”을 외쳤던 그 열정과 감격이 독일 한인사회의 묶은 때를 툭툭 털어내는 계기가 될 지 남은 기간 동안 지켜보는 것도 월드컵의 또 다른 관전 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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