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도 탈락 한인타운 ‘정적’
‘옆 집 철수도, 뒷 집 차베스도, 그리고 앞 집 스펜서도 응원할 팀이 없네.’
광란의 6월은 갔다. 미국과 한국 축구대표팀의 탈락에 이어서 멕시코 축구대표팀이 24일 16강 전에서 무너지면서 LA한인타운의 월드컵 열기는 마침표를 찍었다. 환호가 사라진 LA한인타운은 월드컵 스텝에서 벗어나 일상의 발걸음을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한국축구대표팀의 아쉬운 패배 직후에도 주말 한인타운의 월드컵의 열기는 식을 줄 몰랐다. 한인들은 24일 대형 쇼핑몰의 푸드 코트에서 먹던 밥 숫갈마저 놓은 채 멕시코와 아르헨티나의 경기를 지켜봤다. 녹색 물결을 이룬 멕시칸들이 곳곳에 눈에 띄었다. 하지만 2대1로 멕시코가 패하자 그것으로 끝이었다.
한인들은 이제 월드컵 이야기를 그만하자고 말한다. 50대 조모씨는 “신문을 펼쳐도, TV를 틀어도 온통 월드컵 이야기뿐이어서 너무 심하다는 느낌이 들었다”며 “하루 벌어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일상이 더 중요한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 같은 반응은 중장년 이상의 한인들 사이에서 집중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히스패닉을 고용한 한인 업주들은 멕시코와 에콰도르 등 남미 국가들의 탈락에 희색을 감추지 못 하고 있다. 물론 히스패닉 직원들과의 관계 때문에 드러내놓고 웃지는 못 하지만 말이다. 개인 비즈니스를 하는 조수호(41)씨는 “축구 좋아하는 애들인데 축구를 안 틀어 놓기도 어렵고, 그렇다고 축구를 대놓고 보라고 하기도 난처했다”며 한인타운을 휩쓴 월드컵 열기가 이제 사그라지게 돼 다행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모두가 환호하고 기뻐하는 월드컵에 숨죽이던 한인 비즈니스 업계도 고개를 쳐들고 있다. 한인타운의 한 설렁탕집 관계자는 “손님 회전이 빨라야 영업도 잘 되는데 손님들이 한 번 들어오면 두 시간씩 앉아 있으니 매상은 손해 아니냐”면서도 “한국 경기가 신났지만 나름대로 속이 탔던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월드컵과 함께 보낸 10여일의 여파 때문에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어도 쉽지 않다고 일부 한인들은 하소연한다. UCLA 대학원생 박모(30)씨는 “한국경기가 끝난 후 내일부터 공부해야지 결심했는데도 아침에 일어나면 자연스럽게 16강 경기가 중계되는 히스패닉 채널로 손이 가서 미치겠다”고 밝혔다. 월드컵 없는 한 주를 시작하는 LA한인타운은 월드컵 후폭풍과 힘겨운 후반전을 펼치고 있다.
<이석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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