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립 교육의 극단적인 형태인 홈스쿨링이 증가하고 있다. 우수한 교사를 고용해 집에서 직접 자녀 교육을 맡기는 부모들이 늘고 있다. 학교 교육이 맘에 들지 않거나 종교적인 이유로 자녀를 집에서 교육하는 부모들이 대부분이었다. 또는 정부의 손에 학교 운영이 온전히 맡겨지는 현상에 불만 때문에 홈스쿨링을 택했다. 지금껏 홈스쿨링의 주된 이유는 이러한 것들이었다. 하지만 최근 홈스쿨링을 선호하는 부모들은 학교교육이 자신들의 생활스타일과 맞지 않는다는 것을 가장 큰 이유로 꼽았다.
시간당 110달러도… 명문 사립대학 학비와 맞먹기도
‘여행광’등 라이프스타일에 맞추려는 가정에서 선호
‘라틴어 문법’‘1년간 바다 여행 동행’ 등 주문 다양
1999-2003년 29% 증가, 전문분야 가정교사 태부족
유연한 학업 스케줄, 자녀 교육에 대한 자율성 등 장점
사회성 결여 우려는 그룹학습, 스포츠 등 과외활동으로 보충
리사 매조니의 가족은 캘리포니아 마리나 델레이와 플로리다 델레이 비치에서 시간을 나눠 보낸다. 가족들이 여행을 좋아하다보니 이곳저곳을 옮겨 다닌다. 여행은 해야겠고 가족이 떨어지긴 싫고 해서 생각해 낸 것이 가정교사를 고용해 홈스쿨링을 시키는 것이다.
리사는 샌타모니카 콘도 지붕 위에서 공부한다. 가정교사와 함께 일광욕을 즐기며 공부한다. 때론 수영장에서 배우기도 한다. 고속보트 제조회사를 소유하고 있는 리사의 부모는 여행광이다. 이들에게 적합한 자녀교육은 그래서 홈스쿨링으로 귀결됐다.
홈스쿨링 가정교사의 몸값은 비싼 편이다. 보통 시간당 70-110달러 한다. 교사 몇 명을 고용하고 하루에 몇 시간 가르치도록 하느냐에 따라 다르지만 연간 3만달러가 소요되는 경우도 심심치 않다. 명문 사립대 학비와 맞먹는다.
어떤 부모들은 자녀가 아파 학교에 정기적으로 등교할 수 없는 경우에 이러한 홈스쿨링을 택한다. 또 연예인과 같이 이동이 잦은 학생이나 학업이 정상학생들보다 뒤진 경우에도 홈스쿨링이 ‘대안’으로 등장한다. 이들 홈스쿨링 대상 학생들은 아직 소수이지만 그 수가 점점 증가하고 있어 주목받고 있다.
연방교육부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1999-2003년 사이 홈스쿨링 학생의 수가 29% 증가해 110만명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홈스쿨링 학생들의 가운데 21%가 가정교사에게서 배운 것으로 확인됐다.
홈스쿨링은 일부 주에서 조건을 달고는 있지만 모두 합법이다. 홈스쿨링 교사는 자격증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다만 각 주정부에서 요구하는 조건은 학생들이 정해진 수업시간을 반드시 채워야 한다는 것이다.
그야말로 홈스쿨링의 다양한 수요에서 출발한다. 단추 달기, 라틴어 문법에서부터 1년간 바다여행안내 등 별의별 전문교사를 원하는 가정이 있다. 이들의 수요를 충족시키기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전국 전문가정교사협회의 봅 하라카 회장은 14개 주에서 6,000여 교사가 회원으로 가입돼 있는데 그래도 수요의 3분의 1은 만족시키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홈스쿨링의 장점은 학업에 대한 집중, 유연한 스케쥴, 가족 간 유대강화, 자녀 교육에 대한 자율성 등을 들 수 있다. 학교에서 또래들과 지내면서 배우는 인간관계, 사회성은 그룹학습이나 조각, 발레 등 활동을 통해 보충할 수 있다고 홈스쿨링 부모들은 믿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홈스쿨링 학생들이 사회성을 체득하지 못하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또한 가정교사와 학생이 서로 잘 맞지 않으면 학습효과가 저하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하기야 철학자 플라톤은 소크라테스에게서 홈스쿨링을 받은 셈이다. 이렇게 보면 홈스쿨링은 아무나 받을 수 있는 게 아니다.
뉴욕 맨해튼에 사는 크리스탈과 티파니 윌러 자매는 아침을 먹은 뒤 방에서 가정학습을 했다. 이렇게 고교학점을 이수했다. 이들 자매의 어머니 로이스는 두 딸이 개개인에 맞는 특화된 교육을 받길 원했다. 그러나 자신이 직접 가르칠 자신이 없어 가정교사를 채용했다고 했다.
로이스는 매주 두 딸의 성적표를 받는다. 그리고 몇 달에 한번 씩 ‘이동 교장’으로 불리는 여성의 방문을 받는다. 두 딸의 교육에 대한 자세한 상담을 하게 된다. 윌러 자매는 사회성을 기르기 위해 학업 외에 댄스, 피아노 클래스도 다닌다. 체육관에 가서 운동도 한다.
캘리포니아와 플로리다를 오가는 리사는 할리웃에서 연기수업과 함께 댄스 클래스를 수강한다. 리사는 “매일 아침 5시30분에 어김없이 일어날 필요가 없다. 시험 준비를 할 때에도 중요한 자료를 컴퓨터에 저장해 놓으면 장소에 관계없이 공부할 수 있고 시험을 치를 수 있어 편리하다”고 했다.
가정교사를 대동하는 홈스쿨링은 경제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그러나 학생들의 학업능력 향상을 목적으로 하는 부시 행정부의 ‘No Child Left Behind’ 정책에 따라 가정교사 프로그램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일반의 인식도 제고됐다. 그리고 가정교사와 교과내용을 제공하는 회사들이 많다. 아직은 부유층이 가정교사 홈스쿨링을 꾸려갈 수 있지만 점진적으로 중산층에게도 홈스쿨링이 확산될 것으로 전망된다.
<뉴욕타임스특약-박봉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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