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수백 마일 떨어져도 TV로 진료
TV에 카메라 설치하고 서로 얼굴 비춰
원거리 화상진료 의사 부족한 지역에서 인기
3시간 주행거리의 의사와 환자 한 방에 있는 듯
대인접촉 꺼리는 환자들 ‘간접대면’ 더 편안히 여겨
최소 18개 주 메디케이드 프로그램으로 진료비 커버
정신병의사 사라 깁슨 박사(44)는 TV를 보다가 무엇인가 정신을 집중한다. 심리치료를 받고 있는 한 중년여성과 대화가 시작된다. 이 여성은 처음에 고개를 숙인다. 그리고 점차 고개를 들어 화면 가득한 깁슨 박사의 얼굴을 응시한다. 애리조나 사막을 건너 3시간 멀리 떨어진 병원에 있는데 마치 한 방에 있는 것처럼 서로 친근해진다.
깁슨 박사는 “지금 이 순간 무슨 힘으로 살고 있느냐?”고 묻는다. 이 여성은 “아무 것도 없다”고 답한다. 이 여성은 어릴 때 당한 성학대로 인한 스트레스와 조울증에 시달리고 있다. 이 여성은 애리조나 시골에 살고 있다. 정신병원에서 치료받고 있다. 깁슨 박사는 병원에 있지 않다. 자신의 사무실, 쪽방 같은 사무실에 있다. 비영리 의료기관에서 일하고 있다.
깁슨은 TV 대화를 통해 환자들을 진료하고 약을 처방한다. 원거리 환자들을 위해 요즘 부쩍 늘고 있는 진료의 한 방법이다. 특히 깁슨이 시도하는 원거리 진료는 빈곤과 마약남용 주민들이 증가하는 시골지역에서 효과를 보고 있다.
현재 적어도 18개 주에서 일부 화상 진료를 메디케이드 프로그램에 포함해 혜택을 주고 있다. 적어도 8개 주는 정신병 의사들의 의료행위에도 메디케이드 프로그램을 적용하고 있다. 캘리포니아를 포함한 6개 주는 개인 보험사들로 하여금 화상 정신과 진료비를 환자 개개인에게 상환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교도소 수감자들이 증가하는 추세도 이 프로그램과 무관하지 않다. 수감자들을 대상으로 한 정신 진료에 대한 진료비 지불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의사들의 안전문제를 고려할 때도 화상 원거리 진료는 의료계에서 주목받을 만한 이슈다. 게다가 기술이 점점 발달하고 화상 진료를 하는데 필요한 기술적 비용도 하락해 원거리 진료의 유용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의사의 발길이 닿기 어려운 외딴 지역에 사는 환자들에겐 기쁜 소식이다.
깁슨은 화상 진료를 통해 자유롭게 의술을 베풀고 있다. 매주 수요일 깁슨은 뉴멕시코 인근 스프링필드의 작은 마을의 환자들에게 연락한다. 컴퓨터 망 보안시스템을 갖춘 ‘T1 데이터 라인’으로 연락한다. 목요일엔 같은 연락체계로 세인트 존스의 환자들을 진료한다. 컴퓨터에 설치된 카메라로 상대방의 얼굴을 직접 대면하듯 쳐다보면서 대화를 나눈다.
깁슨이 여성 환자에게 질문한다. “혹시 자학적인 행동을 하고 있지는 않습니까?” 이 여성은 잠시 조용히 있더니 “그렇다”고 답한다. 깁슨은 이 분야의 선구자다. 깁슨은 원거리 화상진료를 10년째 해 오고 있다. 깁슨은 매서추세츠와 코네티컷을 합친 넓이의 아파치 카운티의 환자들을 돌본다.
그러나 주민 6만9,000여명은 정신병 의사의 진료를 받기 어렵다. 없기 때문이다. 빈곤, 마약, 아동학대, 자살 등이 전국 평균의 2배나 되는데도 말이다. 깁슨의 원거리 화상 진료는 지역 주민들에게는 ‘천사’의 손길과도 같다.
전국정신병의학협회도 깁슨의 원거리 화상진료를 지지한다. 아파치 카운티의 경우는 ‘빵’과 마찬가지로 필수 불가결한 의료방법이다. 텍사스 기술대학 보건센터의 돈 맥베스 박사는 의사들은 환자들을 돕기 위해 무엇이든 해야 한다. 원거리 화상진료는 직접 환자의 몸을 만지거나 냄새를 맡지 못하지만 상당수 환자들에게 매우 필요한 진료방법이다“고 한다.
하지만 깁슨은 바로 이러한 ‘단점’이 정신치료에서는 오히려 ‘장점’으로 작용한다고 한다. 직접 만나 몸을 만지거나 냄새를 맡음으로 해서 정신치료가 산만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무념무상’의 상태에서 정신치료에만 몰두할 수 있어 좋다고 한다. 특히 학대를 당한 환자들은 멀찌감치 화면으로만 보면서 진료 받는 것을 더 편안하게 여긴다. 조울증과 치매를 앓고 있는 63세의 한 여성은 “몇몇 사람들은 실제 사람을 만나는 것을 꺼린다”며 자신은 깁슨 박사의 원거리 화상진료를 선호한다고 말한다.
아무튼 깁슨 박사는 이 분야의 전문가다. 오랜 경험이 이런저런 노하우를 쌓게 한다. 깁슨은 자극적인 무늬가 있는 옷을 입지 않는다. 줄이나 지그재그 패턴은 삼간다. 화면에 비치면, 이미 정신적으로 불안정한 환자들을 심리적으로 더욱 산란하게 하는 까닭이다.
또 있다. 간혹 환자들이 깁슨 박사의 사무실에서 누군가 몰래 숨어서 진료과정을 지켜보고 있지 않을까 의심하는 경우도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깁슨 박사는 진료 도중 카메라를 좌우로 돌린다. 자신의 사무실을 두루 비치게 해 아무도 숨어 있지 않음을 보여준다.
<뉴욕타임스특약-박봉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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