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주옥<피아니스트>
어제 온 식구들이 모여 남편생일을 축하하며 함께 저녁식사를 했다. 마침 한국에서 다니러오신 친정 부모님과 동생네 식구들이 함께해 더욱 즐거웠다. 일년에 한 번 누구나 맞는 생일이 뭐 그리 대수로울까 싶지만, 해가 갈수록 느낌이 다른건 내가 별스러워서일까?
유난히 어려웠던 가정 형편때문에 유일하게 고깃국을 먹을 수 있었던 아버지 생신을 기다렸던것을 제외하면 한번도 자신의 생일을 제대로 챙겨보지 못했다고 한다. 그래서 남편은 결혼해서 첫 해에 맞던 생일을 그렇게도 쑥스러워 했다. 그런데도 신혼 때는 잘 할줄 몰라서, 그 후에는 아이들 키우느라, 또 어른들 생신 챙기느라 정작 남편은 무덤덤하게, 때로는 이해하겠지 하는 마음으로 그냥 보내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쉰번째 생일을 맞았다. 아이들도 아빠는 항상 젊다고 생각했는지 케익에 초를 꼽으려다 “우리 아빠가 이렇게 나이가 많아?” 하고 눈을 동그랗게 뜬다. 아이들을 등에 태워주며 놀아주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이젠 아이들의 도움을 필요로 하게 되었으니 흐르는 세월에 장사 없다고 했던가?
결혼할 때만해도 머리 숱이 많던 남편이 요즘엔 이발을 하고도 잘린 머리카락이 얼마 되지 않는다며 푸념을 하고 그 머리카락 마저 얼마나 아쉬운듯이 바라보는지... 눈이 너무 좋아서 오히려 안경을 쓰는 나를 보며 많이 불편하겠다고 약올리더니, 이젠 돋보기를 찾는 나이가 되어 있었다. 손은 또 어떤가? 남자손 같지않게 곱고 부드럽던 사람이 어느 새 굳은살이 곳곳에 박히고 상처투성이다. 그런데도 또 밖에나가 집안 구석구석 수리하고 굳은일을 손수한다. 이민 온 일세대는 다 고생이라고, 다른 사람에 비하면 우리는 감사하다고 하지만 남편의 살아온 삶을 되돌아 보면 코끝이 찡하다. 사랑하는 아내를 위해, 자식들을 위해 늘 수고하고도 모자란 듯 미안해 하는 남편. 정작 자신을 위해서는 티셔츠 하나 사기를 아까워하면서 내게는 뭐든 사 입으라는 남편. 서울에 있었으면 하고 싶은 일 하면서 꽤 유명한 지휘자가 되어 있을지도 모르는데, 아이들을 위해 남은 반 평생도 마저주려는 남편. 너무 고맙다. 너무 귀하다. 그런데도 표현은 커녕 오히려 마음에도없는 불평을 한다. 때론 그런 내 자신이 밉다.
‘여보, 정말 고마워요. 앞으로도 더 건강하게 그렇게 오래오래 내 곁에, 우리 아이들 곁에 있어줘요. 다시한번 생일 축하해요. 그리고 사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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