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우리 고유의 전통음식인 다식(茶食)이 식생활에서 멀어지고 있는 것이 매우 안타깝다.
전통다례를 하는 분들이나 아직도 남아 있는 몇몇 가문에서만 차례를 지낼 때 다식이 보일뿐이다. 그럼 이 다식의 유래는 어떻게 되며 어떤 의미를 지녔을까 다식은 중국 송나라 때 정공언(丁公言)이라는 사람이 용단(龍團)이라는 이름의 다병을 처음 만들었고, 당시 명필이던 채군모라는 사람이 이 용단이라는 다식을 만들어 임금에게 바치면서 다식을 만들어 먹는 풍습이 생기게 되었다. 1763년경에 이익이 쓴 [성호사설(星湖僿說)]에 다식은 분명 중국 송나라의 대소룡단(大小龍團)에서 전해졌을 것이다. 그것은 찻가루를 잔에 담고 저어 먹던 것으로 이름은 그대로 전하나 내용이 바뀌어 지금은 밤이나 송홧가루를 반죽하여 물고기, 새, 꽃, 잎 모양으로 만든다고 기록 되었다“라고 하였다.
특히 차를 말릴 때, 떡처럼 단단하게 둥그런 덩어리로 만들어 다식판에 용(龍)과 봉(鳳)을 새겨 만든것을 용봉단(龍鳳團)]이라고 한다.
용봉은 천재(天帝), 황제(皇帝)를 뜻한다. 이 용봉단다식을 임금에게 바쳤다. 지금도 중국의 푸젠 건주라고 하는 도시의 특산물 중에 정채라는 다병이 있는데 이 정채는 바로 정공언과 채군모 두 사람의 성을 따서 지은 이름이다. 옛날 차례를 지낼 때는 항상 이 용봉단을 차려 놓았다.
‘무이산(無夷山) 냇가에
좁쌀처럼 생긴 싹을
앞에 간 정위(丁謂)와
뒤에 온 채양(蔡襄)이
서로 몇 상자씩 따 갔느냐?’
송나라때 시인 소 동파(蘇 東坡)의 시다.
송나라때 물을 끓여 차를 마시기도 했지만 가례(家禮)때는 점다(點茶)라 하여 가루 차를 만들어서 제사상에 올리고 이 제사상에 올려졌던 가루 차를 잔속에 넣고 끓는 물에 부어 솔로 휘휘저어 제사에 참여 했던 자손들이 돌려 마시는 풍습이 바로 음복(飮福)이다.
그래서 다식을 제사상에 올리는 것은 점다의 뜻으로 올리고 제사를 지낸 후 제사상에 올려 졌던 다식을 자손들이 나누어 먹는 것이 예전에 가루차를 돌려 마시던 의미를 지니게 되었다. 우리 역시 삼국유사(三國遺事)에 보면 찻잎을 가루로 만들어 제사상에 올렸다는 기록이 있는데 이것이 차례에 관련한 최초의 우리 문헌이 되는 셈이다.
우리는 송편을 곱게 빚어 햇과일과 함께 차려 놓고 추석 명절에 지내는 제사를 차례(茶禮)라고 한다.그러나 조선시대까지만 해도 매달 음력 초하룻날과 보름날, 명절날, 조상 생일 등 낮에 지내는 제사를 차례라고 했다.
불전(佛前)이나 임금에게 헌다(獻茶)하던 귀한 차를 조상에게 올리는 것도 역시 차례다. 헌다의 풍습은 가루차 차례에서 중국의 송나라 이후 차 가루로 빚은 다병(茶餠), 즉 다식을 만들어 올리는 풍습으로 이어졌고 제사를 지낸 후 제사상에 올려졌던 다식을 자손들이 나누어 먹는 것으로 음복을 대신했다. 지금도 전통과 역사 깊은 종가(宗家)에서는 실제로 차로 명절 차례를 지낸다. 전국적으로 10여 종가가 차례상에 차를 올리는 것으로 차 전문가인 이연자씨(국립문화재연구소 전통음식 조사자문위원)에 의해 확인됐다.
이씨는 〈조선왕조실록〉에 차 음용했다는 근거가 있으며 종가에서 차례(茶禮)를 지냈다는 기록이 있다면서 이를 확인하기 위해 3년 동안 발품을 팔아 전국의 명문 종가를 80여차례 다녔다고 말했다. 문화 류씨, 전주 최씨, 의성 김씨, 순천 박씨, 풍양 조씨, 경주 최씨, 안동 김씨, 밀성 박씨 등등…. 종가에서는 어떻게 차례를 지낼까? 종가의 차례 상차림은 과일과 적, 떡, 나박김치, 마른 포, 다식 한 접시, 마지막으로 차 한 잔 등 다소 규격화되어 있었다. 특히 차례를 지낼 때는 정확한 위치를 알아야 한다. 조상신을 기준으로 봤을 때 왼쪽에 차, 오른쪽에 술을 놓아야 한다. 차가 술보다 상석이기 때문이다.
종가에선 자정 혹은 이른 아침에 차례를 지낸다. 종손이 진차! 봉차!란 말을 선창한 후 조상신에게 차를 바친다. 이때 조상의 신위(神位)는 차례상 아래 놓아야 한다. 신위가 상 위에 있게 되면 조상신이 상 위에서 진지를 들게 되는 꼴이므로 반드시 상 아래 신위를 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종가 차례상에 차가 들어갔다는 사실은 가문의 제사 순서를 적은 홀기에서도 드러난다. 일직 손씨 정평공 손홍량 종가의 격재선조묘향 홀기와 20세조의 고사공묘향 홀기엔 국을 내리고 차를 올리는 진다 점다 순서가 포함되어 있다. 차를 올리는 것도 성별에 따라 다르다.
종손은 남자 조상에게, 종부는 여자 조상에게 차를 올리는 것이 원칙이다.
최근에 물고기, 새, 꽃, 잎의 모양을 문양으로 하는데, 이는 자연과 동화(同化)한다는 의미를 지닌다. 수(壽), 복(福), 강(康), 령(寧)자를 넣어 장수와 복을 기원하는 다식을 혼례상, 회갑상등에 올리기도 한다.
이 다식을 우리는 차례 때만 만들어 먹었던 것이 아니라 길사(吉事)나 가정의 상비약으로 만들어 두었다가 가족들이 갑작스러운 병을 얻었을 때 쓰기도 했다. 수,복,강,령(壽,福,康,寧)자를 넣어 장수와 복을 기원하는 다식을 혼례상,회갑상 등에 올리기도 했다.
조선 성종때 조선을 다녀 간 명나라 사신인 동월(董越)의 [조선부(朝鮮賦)]에 의하면 다식은 밀이나 메밀, 녹두가루를 꿀에 재워 둥글게 만든다라고 되었고, 1670년 인동장씨에 의해 쓰여진 [음식지미방]에 의하면 밀가루를 볶아서 꿀, 기름, 청주에 반죽하고 이것을 익힐때 모래를 깐 기와장에 담아 기와장으로 뚜껑을 해서 익힌다라고 되어 있다. 초선초기 때 만해도 다식을 주로 곡물가루로 만들어 먹었으며, 1715년 홍만선(洪萬選)이 쓴 [산림경제(山林經濟)]에 의하면 밤, 송화, 검정깨, 도토리, 녹두녹말, 마 등으로 다식을 만들었다.라고 되었다.
이익의 [성호사설]에는 쌀가루나 밀가루, 메밀가루를 꿀에 개어 다식판에 박아 낸 것을 단자(團子)라 했는데, 오리려 항간에서 곡물가루다식은 전승되지 않고 송화가루, 밤가루, 깨, 콩가루, 녹두가루 등을 꿀에 재워 틀에 밖아 내어 만든다라고 쓰여 졌다. 1819년 정약용(丁若鏞)이 쓴
[아언각지(雅言覺非)]에는 다식을 세상에서는 인단(印團)이라고 하였는데, 밤, 참개, 송화가루를 꿀과 반죽하여 다식판에 넣어 꽃잎, 물고기, 나비모양으로 박아 낸 것이다“고 기록 된 것으로 보아 조선 중엽부터는 다식을 다양한 재료와 다양한 문양으로 박아 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옛날 궁중연회때 다식을 만들어 고임상에 올렸는데, 주로 궁중에서는 황률다식, 송화다식, 흑임자다식, 녹말다식, 강분(생강가루)다식, 계강(계피와 생강가루)다식, 청태다식, 승검초다식, 갈분(칡가루)다식, 잡과다식, 산약다식을 만들어 올렸다.
한편 다식은 옛날 사람들의 비상 구급약 역할도 했다.
흑임자다식을 만들어 두었다가 식중독이나 토사곽란이 났을 때 복용하게 했으며, 도토리다식은 창자를 튼튼하게 하고 기침을 멎게 한다고 하여 기침막이 떡이라고도 했다. 한편 옛날에는 양반네들이 첩을 두고 살았는데 안방마님들은 투정을 없애기 위해 율무, 천문동, 수수, 찹쌀을 섞어 성욕을 감퇴시키는 시앗 다식을 만들어 먹고 음욕을 다스렸다. 반면에 신혼부부들은 화합을 위해 꾀꼬리 다식을 만들어 먹었다고 한다.
한편 옛 어른들은 다식을 만들어 놨다가 가족이 갑작스런 병에 걸렸을 때 상비약으로 쓰기도 했다. 흑임자다식은 식중독에 걸렸거나 토사 광란이 났을 때 복용했으며, 도토리(橡實)다식은 창자를 튼튼하게 하고 기침을 멎게 한다 해서 기침막이 떡이라 했다.
산약(麻)다식은 마의 뿌리를 산약이라 하는데, 허로를 다스리고 기를 보한다 해서 이 뿌리를 가루내어 다식을 만들어 노부모에게 드리면 좋다해서 옥연(玉延)떡 또는 효자(孝子)다식이라 하였다. 이렇듯 우리 조상들은 다식을 다양한 용도와 의미를 가진 귀한 음식으로 여겼고, 빨강 파랑 노랑 하양 검정 다섯 가지 오방색(五方色)을 기본으로 식물이 지닌 천연색을 얻어 다식을 빚었다. 재료 역시 곡분 과일 채소 육류해산물 등 다양하다. 올해 한가위 차례 때는 다식을 조상의 차례 상에 올려 그야말로 차례다운 차례를 지내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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