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리 김
시카고에 살고 있었을 때, 전철을 타고 일을 다녔다. 한 시간 반 정도 전철을 타야했다. 전철을 타는 동안 책을 읽기로 했다. 책 읽기를 너무나 좋아하는 내게 좋은 기회였다.
그 많은 책들 중에서 친구의 추천에 의하여 데이 스다르스의 Me Talk Pretty One Day 라는 책을 읽어보게 되었다. 내용은 소설가의 자라온 시절에 대해서 쓴 이야기들이었다. 주인공은 사랑하는 사람을 따라 파리까지 살러 갔었다. 그런데 그 주인공은 영어만 알고 불어는 하지 못했다. 파리에서 일어났던 이야기를 하는데 얼마나 웃기고 재미있는지. 하도 재미있어서, 전철에서 우스워 죽겠다는 듯 배꼽을 잡고 웃으며 앉은 자리에서 떨어질 뻔했다. 한번은 너무 우스워서 더 읽을 수가 없었다. 한참동안 나를 추스리고 다시 읽기 시작했다.
언젠가는 친구랑 서점에 들려서 책을 몇 권 샀다. 친구랑 똑같은 책을 사기도 했다. 몇 주 전에 샌프란시코까지 바트를 타게 되었다. 그때 또 책 한 권을 가지고 갔다. 바트에 앉자마자 친구랑 산 곰보빵 이라는 책을 꺼내어 보았다. 그 친구는 먼저 곰보빵을 읽고 있었다. 어느 날 나를 보더니, 너 그 책 읽어 보았니? 야, 나는 몇 장 읽고 펑펑 울었다. 펑펑 울다니. 그것도 몇 장 읽고… 설마겠지. 설마가 사람 잡는다더니, 바트에서 나도 한 페이지, 한 페이지를 넘기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눈에 눈물이 글썽거리기 시작했다. 수필 한편을 넘기면서 방울만한 눈물들이 주르르 흘러내렸다. 작가의 삶이 너무 고달프고 너무 가난하게 살았던 세월을 글로 표현한 것이 참 감동스러웠다.
글을 쓴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어떤 글을 읽어보면, 나도 그렇게 쓸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단순하게 쓸 수도 있다. 하지만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글은 흔하지 않고 쓰기가 힘들다. 곰보빵 추천의 글을 쓰신 이외수 소설가는 이렇게 설명했다. 사람 냄새가 풍기는 존재들은 공통적으로 가슴에 사랑이라는 이름의 우물이 간직되어 있다. 곰보빵의 작가 이철환에게서는 언제나 사람 냄새가 짙게 풍긴다. 그는 세인들이 매우 하찮게 생각하는 사물이나 사건들 속에서도 영롱한 아름다움을 발견해 내는 심미안을 간직하고 있다.
사람 냄새가 짙게 풍기는 사람 그리고 사랑이라는 이름의 우물 하나가 간직되어 있다는 것. 참 뜻 깊고 감동스러운 말이다. 나도 앞으로 글을 쓸 때 언제나 사람 냄새를 짙게 풍길 수 있는 글을 쓰도록 노력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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