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현(시인)
가을이 한창 무르익은 요즈음 온 세상이 푸르디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최고의 대형무대를 만들어 놓았다. 거기에다 가을햇살은 이 무대 위에 황금가루를 뿌리고 있다. 이 황금가루를 입은 단풍나무들이 조명등을 밝혀 들고 있는 듯이 화려하다. 눈이 부시다. 과열되지 않게 조심스럽게 밝히고 있는 등불이라고 할까? 자꾸만 눈길을 끈다.
더욱 스쳐오는 가을 바람의 느낌을 무엇이라고나 할까? 뽀송뽀송한 베이비 파우더가 흩뿌려져 와 닿는 느낌이라고 할까? 아니면 공기가 탁해진 공간으로 스며들어오는 산소 같다고나 할까? 아니면 타들어 갈 듯한 갈증에 들이키는 천연 음료수 같다고 할까? 이처럼 좋은 가을바람을 잘 밀봉해 놓을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랬다가 무덥고 힘겹고 갈증 나는 날 탁 풀어 놓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
이처럼 아름다운 가을이란 색깔 있는 무대를 누리고 즐길 줄 아는 것은 오직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얼마나 축복인가! 사람들은 거대한 무대에 삶이란 실화를 연기하는 드라마의 출연진들이 아닐까? 출연진으로 선택받았다는 사실 자체가 축복으로 받아들여진다면 얼마나 값진 하루 하루를 살 수 있을까.
과거는 History, 미래는 Mystery이지만 현재는 Present, 즉 선물이다.
선물로 받은 오늘 하루도 맡겨진 대역에 충실하여 슬플 때는 그 자체로 슬퍼하고 기쁠 때는 더욱 기뻐하는 것이다.
단지 맡겨진 역할이니까 슬픈 대본을 받아들었다 할지라도 열심히 열연을 하는 것이다. 하기도 전에 다른 사람의 대본과 비교하거나 불평하지 말자. 지나가야 할 터널이 아무리 어둡고 길게 느껴져도 터널의 끝은 분명히 있는 것처럼. 어두운 밤이 지나고 나면 밝은 아침이 오는 것처럼. 슬픈 대본도 바뀔 날이 있으니까. 그 날은 꼭 오고야 말 테니까.
그러면 행복한 대본을 받았다고 해서 안심하고 있어도 되는 것일까?
그 역시 바뀔 날이 있음을 기억하고 겸손한 자세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다양하게 역할을 감당해 보아야 서로 다른 차이점을 확실이 느낄 수 있으니까.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얼마나 최선을 다해 열정적으로 자기에게 맡겨진 연기를 했느냐가 중요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누가 주연이냐 조연이냐는 각자가 생각하기 나름이다. 그것은 문제가 아니다. 어린아이 같이 순수해지고 단순해지자. 그러노라면 인생이란 위대한 작품이 아주 개성있게 만들어 질 테니까.
각자 인생이란 작품의 주인공들이여! 색깔 있는 가을 무대에서 입체감 넘치는 삶의 종합예술제에 함께 참여하지 않으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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