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나원(아름다운 재단 간사)
선거 열기로 한동안 신문지면이 후끈거리더니만 선거가 일단락 지어져서 그럴까 늘 가는 주유소의 기름값이 연일 올랐다. 이렇게 피부로 느껴져서야, 유권자도 아니요 정치에 별반 관심이 없지만 명색이 정치학도였는데 하며 기억 저편의 교과서를 들춰본다.
정치학은 누가 무엇을 언제 어떻게 가지는가(Who gets what, when, and how)를 연구하는 학문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정치란 한마디로 나눠 먹기 혹은 확대판 살림살이인 셈이다. 따라서 얼마나 형평에 맞게 나누는가가 핵심 쟁점으로 떠오른다. 데보라 스톤은 수업시간에 “초컬릿케이크 공평하게 나눠먹기” 실험을 통해 분배의 정의와 형평을 설명했다.
출발점은 수업에 출석한 학생 수대로 케이크을 잘라 한 조각씩 나눠 먹는 것이었다. 모두들 공평한 처사라며 만족해 했을까? 천만에. 그럼 수업을 빠진 학생은요? 케이크을 주는 줄 알았다면 왔을 텐데요. 구성원의 경계에 관한 논쟁이 붙었다. 학과장이 메모를 보내어 한마디 거들었다. 서열별로 다르게 나누는 것이 공평하지 않나. 학부생은 부스러기, 대학원생은 한입, 조교수는 한 조각, 정교수는 거기에 frosting을 얹어서. 학장인 나는 냅킨까지 말일세.
남학생들은, 평소에 여학생들이 초컬릿케이크에 대한 접근기회가 더 많으니 이 참에 우리에게 보상의 기회를 주는 게 공평하다고 했다. 초컬릿에 알러지가 있는 학생들은, 좋아하는 사람이 많이 먹고 우리는 맛만 보는 것이 가치의 형평에 합당하다고 했다. 이 정도쯤 되면 뭘 그런걸 다 따지고 있나 하는 사람들이 있게 된다. 그냥 포크 하나씩 들고 덤벼들어 먹자는 무리도 물론 있었다. 분배의 과정에서 보다 공평한 기회를 중시하는 학생들은 제비뽑기와 투표로 결정하자고 했다. 실없는 소리 같아도 사실 투표권 확대나 Affirmative action 등 때에 따라 중요하게 다루어지는 시각들이 담겨 있는 뼈있는 예화이다.
전지전능한 신도 불공평하시다고 중얼중얼대는 것을 연신 들어야 하는 처지이니, 이해가 가도록 형평을 실현하기가 쉬운 과제는 아니다. 하지만 널리 알려진 독재자들의 최후가 안 좋게 끝나는 걸 보면, 사람들 마음속에 그리고 이 세상에 정의는 살아있다고 믿게 된다. 동화도 권선징악이어야 개운한데, 세상이 아직 그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것 같아 안심이 되는 것이다. 핼로윈 때 김정일 가면이 꽤 히트였다는데 과연 한반도의 귀추는 어찌되려나. 부디 좋게 끝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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