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 북가주는 여름내내 나에게 가을의 운치를 느끼게 했었다. 도심지를 빠져서 고속도로를 운전하다 보면 말라버린 들풀들이 누렇게 펼쳐져 있는 것을 보면서 우리나라에서는 가을에만 보아왔던 풍경말이다. 다만 나뭇잎만이 가을이 아니라고 알리는 듯 푸르렀다. 지금이 가을이라고 말할 수 있는 차이점이 있다면 단풍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나뭇잎들이 강한 햇살에 여름내 검프르게 선탠을 했었는데 이제 거칠어진 얼굴을 마사지하고 화장을 한 여인처럼 화사하게 단장하고 있다.
입술은 분위기 있는 버건디 색. 눈은 파스텔 믹스 아이 샤도우. 두 빰은 스파클링 노을 빛으로 별로 남지 않은 시간 속에서 유종의 미를 장식하는 나뭇잎을 보면서 많은 생각에 잠긴다. 어떻게든지 더 잘 살아보려고 안간힘을 쓰는 것이 아니라 주어진 시간 동안 최선을 다하다 겸손이 내려앉는 것이라고 보여주고 있다. 낙엽들이 바람에 이리저리 뒹구르면서도 여운을 남긴다. 이렇게 왔다가 가고 나면 오래 기억할 이도 없고 그리고 흔적조차도 없는 것이라고 한다. 삶이 얼마나 짧은 것인지 정말 후회없이 살라는 인생의 선배처럼 많은 이야기를 남긴다. 그래서 떨어진 낙엽을 몇 장 주어서 책갈피에 넣어 말렸다. 그냥 거리에서 구르다 밟혀서 바스러지는 것이 안타까워서 다만 몇 개만이라도 오래 간직하고 싶어서이다.
그리고 낙엽의 여운을 담아 가을의 기도를 드린다.
여름 동안 무더운 날들을 혼자 견디느라 잊고 살아왔던 색깔들을 찾게 해 달라고. 그래서 잠시라도 눈을 들어 높이 달아난 하늘로 인하여 넓어진 공간을 바라보며 깊은 숨을 들이쉬고 약간의 여유를 갖게 해 달라고.
바쁜 삶 속에 깊숙이 묻어 두었던 고마운 얼굴들을 한 분 한 분씩 펼쳐내어마음으로부터 쓴 편지를 띄우게 해 달라고.
큰 격식이나 그리 아름답게 포장된 표현이 아니라도 나누는 마음 자체가 시어 (詩語)가 되는 계절임을 생각하며 행동으로 옮기게 해 달라고.
겉으로 드러나게 주고 받는 것이 없다 할지라도 서로를 생각할 수 있는 존재의 의미를 깨달으며 마음으론 늘 하나였음을 확인하게 해 달라고.
더욱, 각자의 걸어가는 길이 다를지라도 결국은 한 곳에서 만날 고향사람 같은 향수를 물씬 느끼게 해 달라고.
그런 계절을 살게 해달라고 말이다.
오늘 밤엔 예쁜 편지지에 친구에게 편지를 써야겠다. 컴퓨터로 주고 받는 간단한 방식의 이 메일이 아니라 마음의 사연을 편지지에 펜 끝으로 표현해야겠다. 내 이름이 쓰여진 편지 봉투를 보는 순간 받는 친구도 마음이 설레이겠지. 그리고 말린 낙엽을 넣어 부쳐야겠다. 아직 마르지 않은 낙엽 냄새를 맡으며 내가 느낀 가을 냄새를 함께 맡기를 소원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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