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개를 본 날
비가 왔던 지난 금요일 오후, 무지개를 봤다. 프리즘을 통하여서는 쉽게 볼 수 있는 현상이지만 자연적으로 하늘에 생기는 무지개는 경이로움 그 자체였다. 태양의 고도가 낮고, 한 쪽에서는 비가 오고, 다른 한 쪽에서는 햇볕이 드는 이 세가지 조건이 만족될 때에야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 무지개이다. 생각해보면 까다로운 조건인데다 그 순간을 놓치지 않아야 볼 수 있는 광경이어서 더 흥분이 되는 순간이었다.
그때 옆에서 함께 바라보고 있던 아이들이 외쳤다. 놀랍게도 그 선명한 스펙트럼 위로 조금은 덜 선명했지만 확실한 색감의, 또 하나의 무지개가 있었던 것이다. 아이들이 외치는 소리를 듣지 못했다면 처음 봤던 무지개로 끝났을 감동이 두 배가 되어 다가왔다. 태어나서 처음 보는 쌍무지개였다.
사람마다 어떤 사물이나 상황, 현상등이 주는 의미는 다르다. 무지개가, 어떤 사람에게는 자연이 주는 과학적인 현상 자체 그 이상이 아닐지도 모르고, 어떤 사람에게는 예전의 기억들과 연관된 생각들을 떠올리게 하는 소중한 순간이 될 지 모른다. 보는 사람의 성격이나 직업이 그러한 의미들을 부여하는 데 작용을 할 수도 있고, 가지고 있는 철학이나 그 때의 처한 상황으로 인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어찌되었든 무지개가 뜬 그 순간을 포착하는 사람의 ‘눈’을 통해야만 그 의미가 생겨난다는 사실이 너무나 당연하면서도 다시금 깨달아지는 사실에 나는 주목하게 되었다. 육체적인 눈 뿐만 아니라 이를 넓고 깊게 뒷받침해주는 또 다른 눈이 있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깨닫는 사실인지 모르겠다.
그러나, 한 개의 무지개만 보았던 내게 이 사실은 내가 과연 내 앞의 사물들을, 상황들을, 그리고 사람들을 마음의 눈으로 넓고 깊게 보고있는지에 대해 확실한 경각심을 일으켜 주었다.
마음의 눈이란 열린 마음, 열린 생각을 가져야 한단 말이겠지. 눈 앞의 것만을 보고 그 뒤에 있는, 어쩌면 더 중요한 의미가 될 지 모르는 그 어떤 실체를 놓칠 수 있었다는 사실이 나의 부족함을 다시금 바라보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내게 있어 무지개는 ‘약속’의 의미이다.
그렇기에 강한 신뢰와 의지로 다가온다. 빨강, 노랑, 파랑의 세 가지 원색을 비롯하여 하나하나가 다 눈에 띄게 강한 일곱가지 색깔이 어우러진 띠, 어떻게 보면 자연의 색과는 동떨어진 듯한 화려한 일곱 색깔의 띠는 멀리 보이는 산과 건물에 걸쳐져 있었다. 그러한 두 개의 무지개가 뜬 하늘이 참으로 풍성하고도 아름다운 감동으로 마음에 깊이 남는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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