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석환목사(뉴욕새빛교회)
사람은 누구나 그림자 하나씩을 소유하고 있습니다. 투명인간이라면 모르겠으나 그림자 없는 사람은 이 세상에 단 한 사람도 없습니다. 그러므로 다른 사람의 그림자를 탐내는 사람도 없습니다. 그림자가 없어서 한탄하거나 그림자를 더 좋은 걸로 가져보려고 애 쓰는 사람도 물론 없습니다. 어떤 때는 그림자가 길어지기도 하고 짧아지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그림자의 변화를 슬퍼하거나 기뻐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 그림자가 사실은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페어테 술레밀’이라는 소설에 이런 이야기가 나옵니다. 어느 항구에서 술레밀은 회색 외투를 걸친 사나이를 만났습니다. 그는 큰 주머니에 온갖 신기하고도 비싼 물건들을 가득 갖고 술레밀에게 다가왔습니다. 그리고 흥정을 합니다. “당신의 그림자와 진기한 물건이 가득 찬 이 주머니를 바꿉시다.” 너무나 엉뚱한 제안이었지만 가난에 시달리던 술레밀은 얼떨결에 승낙을 하고 말았습니다. 자신이 살아가는데 별 소용이 없는 그림자를 주고 보화가 가득담긴 주머니를 교환한 것은 정말 재수 좋은 흥정이 아닐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사나이는 익숙한 솜씨로 술레밀의 그림자를 둘둘 말아 쥐더니, 포켓에 넣어버리고 훌쩍 떠났습니다. 그런데 정작 술레밀에게는 예기치 않은 일들이 벌어졌습니다.
술레밀이 진기한 물건이 담긴 주머니를 둘러메고 숙소로 돌아오는 도중 많은 사람들이 묻습니다. “그림자를 어떻게 했습니까? 당신은 그림자가 없습니까?” 아이들도 그림자 없이 걸어가는 그를 보면서 깔깔거리며 웃습니다. 그는 당황했습니다. 그리고 곧 그림자를 판 자기의 어리석은 행위를 후회합니다. 그 후, 몇 번이나 아름다운 여자의 사랑을 받기도 했지만 그림자의 비밀이 탄로되어 실연의 고배를 마셔야 했습니다. 그는 어둠 속으로만 다녀야 했습니다. 하찮게 생각했던 그림자, 아무 쓸모없는 존재라고 생각했던 그림자, 그러나 그 그림자가 없으니 그는 인간이 아니었습니다. 그는 마지막에 이렇게 외칩니다. “친구여! 그대가 사람들과 함께 살고자 한다면 무엇보다도 그림자를 지키십시오.” 우리들로 하여금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작품입니다. 천떡꾸러기같은 어떤 대상이 사실은 중요한 존재였음을 뒤늦게 깨닫게 된다는 뜻입니다. 늘 가지고 있었으나 관심이 없었던 대상, 늘 옆에 있겠거니 생각했던 내 부모, 내 아내, 내 남편, 내 자식들 그리고 늘 다니긴 했으나 애정이 없었던 교회, 늘 믿는다고 했으나 어디쯤 계시는지 알 수 없는 하나님, 이런 대상들이 사실은 당신의 그림자인지 모릅니다.
우리는 흔히 뉴욕에 왜 이렇게 교회가 많은지 모르겠다고 투덜거립니다. 교회가 공해라고 말합니다. 식당에 가면 목사 장로 집사가 지천이고 여기저기서 기도하는 모습도 질색이라고 말합니다. 그런 사람의 말대로 교회가 공해라면, 예수라는 이름은 또 무엇이겠습니까? 그렇다면 한번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어느 날 그 많던 교회가 싸악 없어졌습니다. 보기 싫은 목사들도 자취를 감추었습니다. 어디선가 들려오던 찬송가 소리도 사라졌습니다. 교회 이름을 옆구리에 달고 질주하던 교회버스들도 약속이나 한 듯 없어졌습니다.
정말 그런 세상이 도래한다면, 아마 뉴욕의 동포사회는 생명을 잃은 시체처럼 그림자를 팔아먹은 인간처럼 깊은 절망에 빠져 겨우 숨을 쉬는 존재로 전락할지 모를 일입니다. 그림자가 있으므로 인간이듯이, 내 곁에 있겠거니 생각하는 그 존재가 정작 귀한 것임을 알아야 된다는 이치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도 그림자처럼 우리를 지키시는 하나님께 감사하시는 여러분들이 되시기를 바랍니다. 여기 저기 깔려 흔한 것 같지만 사실은 천하에 가장 귀한 이름 예수, 그 이름을 그림자처럼 나와 동행하게 하신 하나님의 은혜를 잊지 말아야 할 일입니다. 골로새서 3장 17절입니다. “무엇을 하든지 말에나 일에나 다 주 예수의 이름으로 하고 그를 힘입어 하나님 아버지께 감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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