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은숙사모(낙원장로교회)
어느 날 문득 자신이 한없이 초라하게 느껴져 한숨이 나오고 꽃잎이 떨어지듯 낙심될 때가 있습니다. 너무 멀리 와 있는 것 같아 그래서 다시는 돌아갈 수 없을 것 같아 애탈 때가 있습니다. 대상이 사랑하는 가까운 가족일 땐 정말 죽을 것 같습니다. 바쁜 일과에 쫓겨 가정생활에 소홀하게 되고 자녀들에게 자상한 엄마가 되어주지 못해 늘 마음 한 쪽에 죄책감과 미안한 마음이 있습니다.
막내가 지금 14살, 사춘기에 접어들었습니다. 지금까지 자녀들이 곱게 잘 자라주었는데 요즈음, 녀석이 은근히 내 신경을 곤두세우게 만듭니다.
한 번 실수했을 때, 후에는 두 번 세 번 더 잘할 것을 믿고 끝까지 응원해주고 칭찬해 주어야겠는데, 믿음으로 기도하고 오래 참으며 아픈 상처 싸매 주고, 게임마다 지친 어깨를 주물러 주며, 사랑해야겠는데. 남이 하는 것은 그럴 수 있겠다고 이해하겠는데 내 사랑하는 자녀가 실수하는 것은 참기가 쉽지 않습니다.
상대방을 진심으로 이해한다는 거 너무 힘이 듭니다. 이성으로는 이해가 되는데 가슴으로는 할 수가 없어 갈등이 많습니다. 이런 내게 남편이 말합니다. “당신의 희망을 억지로 떠다 맡기지 마세요. 차라리 당신의 눈높이를 낮춰요. 당신 눈높이가 높으니까 상대방을 진정으로 이해할 수 없는 거요. 이해의 기본은 겸손과 사랑이라구요.”
온 가족이 ‘한바탕 청문회’를 끝내고 아이를 꼬옥 안고 기도를 시작했습니다. “주여, 제 탓입니다. 용서해 주세요.” 눈물이 빗물처럼 쏟아졌습니다. 용서와 화해와 균열된 마음의 회복과 사랑과 기쁨과 행복과 평안함...그런 의미들을 단시간 내에 모두 경험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 되어주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막내 녀석이 나를 겸손하게 하나님 앞으로 이끌어 가는 도구로 쓰임 받는 중입니다. 분명히 주님이 나를 이렇게 소중하게 안아 주고 계신다는 느낌.
분명히 주님이 우리를 사랑하신다는 느낌이 생생하게 느껴지면서 하나님의 사랑을 깊이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물보다 피가 진합니다. 하지만 피보다 진한 것은 믿음입니다. 피보다 더 중요한 것은 영적 원리입니다. 예수님은 “너 왜 배반했니? 왜 낙심했니? 너 그 때 왜 그랬었니?” 아는 것을 묻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네가 나를 사랑하느냐?”고 물으셨습니다.
예수님은 우리가 넘어지고 변질되었지만 우리 속에 있는 사랑을, 믿음을, 은혜를 끌어내려고 하십니다. 이런 사랑 앞에 우리는 변화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것을 깨닫는 순간 “너 그럴 수 있니?” “왜?...” 책망하고 불평하던 내 사랑이 너무 초라하고 부끄러워 회개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주님처럼 “얘야, 얼마나 힘들었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널 사랑한단다. 힘내라”고 말할 수 없었던가 후회했습니다.
우리는 누구나 사랑을 받고 싶어 합니다. 그럼에도 주는 사랑을 여러 가지 이유로 하찮게 여기고 너무 바쁘게 살아가기 때문에 그 사랑을 피부로 느끼지 못할 때가 많습니다. 사랑받는다는 것을 매 순간 깨닫는다면 아마도 우리 인생은 행복하고 기쁨으로 빛날 것입니다. 누군가 나를 사랑하고 있다는 느낌이 뭔가 하고자 하는 의지를 살아나게 합니다. 아무리 지치고 힘들어도 견뎌 낼 힘을 주게 됩니다. 주님이 우릴 사랑하듯, 부모가 자녀를 사랑하듯 사랑해야 합니다. 목자가 양을 사랑하듯 양도 목자를 사랑해야 합니다.
우리는 모두 사랑이 필요한 사람들입니다. 봄을 재촉하는 비가 조금씩 내렸습니다. 잠시의 힘겨운 생각들을 접어두시고, 봄이 오는 소리를 들어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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