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야무진 한국여인 야물이’ <13>
▶ 맹도티 쉬러 저, 신명섭 교수 역
칼날이 웬만큼 예리해져서 아버지는 개 한 마리를 데리고 철길 쪽으로 뚜벅뚜벅 군인이 행진하듯 걸어가셨다. 무단침입자는 적어도 네 시간 전에 도주해버렸지만. 아무튼 아버지는 우리 집과 철길을 따라 펼쳐져있는 뚜뚜 맨(Tutu Man, 할아버지란 뜻)네 목장 사이에 폭이 반마일가량 되는 공간을 “순찰”하면서 이따금씩 마셰테를 휘두르며 느닷없이 인근 덤불속을 뒤지기도 했다.
그러다가 아버지는 한 시간쯤 후에 집으로 돌아와 가만히 도구를 치워놓고 식탁에 앉았다. 어머니는 벌써 아버지 드시라고 커피를 끓여놓았다. 어머니는 아버지가 그렇게 마음써주시는 게 흐뭇하기도 하고 또 마음이 놓였다. 어떻게 생각하면 아버지의 순찰이 좀 “형식적”인 거라고도 할 수 있겠지만, 그 뒤로는 우리 파나에바 집 근처에 아무도 얼씬하지 않았으니 분명 효과가 있었던 것 같다.
실은 그 뒤로 또 한 번 불청객이 밤중에 들어온 적이 있는데 그건 악당이 아니고 술 취한 사람이었다. 취하지 않고서야 누가 손등하나도 없이 혼자서 열대식물로 빡빡하게 뒤덮여 요지경속인 정글로 빠져 들었겠느냐는 얘기다. 어머니와 아버지는 개 짖는 소리에 잠이 깨어 일어나 보니, 그때쯤 해서 술이 깬 그는 길을 잃어버린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우리 집에 이르는 길이 반마일은 되고, 게다가 정글은 축축하기 때문에 그 덕에 길 잃은 그 사람은 정신을 차렸다. 아버지는 그 사람을 아침까지 닭 사료자루 위에서 잠을 자게 하셨다. 우리 식구가 아침식사를 다 끝낸 뒤에 그 불청객은 우리를 따라 파나에바 마을까지 가서 도움을 구하러 파출소로 가고 우리는 학교에 갔다.
언젠가 한번, 아버지와 이웃집 코쏘라 아저씨는 집에 안 계실 적에 철길을 면한 (우리 집) 이 층 닭장에서 불이 났다. 다행히 어머니가 미세스 코쏘라의 도움을 얻어 불을 껐기 때문에 다른 데로 번지지는 않았다. 화재가 발생했던 그 닭장은 욕실 가까이에 있어서 부화장으로 쓰던 것인데 나중에는 작업실로 바뀌었다. 어머니와 이웃 아주머니가 재빨리 행동을 취한 덕분에 부화장의 안벽만 타버리고 외벽은 상하지 않았다. 아깝게도 그 안에 있던 병아리는 다 타죽고 한 마리만 살아남았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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