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건목사(뉴저지 베데스다교회)
마태, 마가복음서에는 가나안 여인의 이야기가 실려 있다(마15:24-29, 막7:24-30). 이 이야기는 먼저는 가정의 회복, 좀 더 구체적으로 인간관계의 회복을 위한 중요한 교훈이 들어 있다. 흔히 자녀를 가리켜, 부모의 증상을 짊어진 자(symptom-bearer)라고 부른다. 자녀는 또한 부모의 복
제(reproduction)라고도 부른다. 모두 다 부모와 자녀는 서로 떨어질 수 없는 운명체라는 표현들이다. 한 자녀의 문제는 단지 자녀에게서 시작된 것이 아니라, 부모에게서 시작된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자녀의 치유는 부모의 치유에서 시작되어야 한다고 말할 수 있다.
가나안 여인은 딸 속에 들어 있는 흉악한 귀신을 쫓아 주시도록 예수님을 찾아 왔다. 이 여인을 대하는 예수님의 태도에는 특이한 것이 있었다. 먼저는 예수님의 침묵과 냉담이다. 이 여인이 이방인이었기 때문에 그렇게 냉담하셨을까? 예수님은 이방인 백부장에게 얼마나 관대하셨던가? 그런 점으로 보아 예수님의 침묵과 냉담은 이 여인이 예수님의 구원과 얼마나 동떨어진 삶을 살고 있는가? 그 어둠을 드러내는 방식이라 생각된다. 여인은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고, 간절히 도움을 구했다. 그런 여인에게 예수님은 듣기 민망한 말씀으로 대꾸하셨다. 그 여인을 “개”로 비유한 것이었다. 성경 속에서 개는 불결한 짐승의 상징이다(빌3:2). 이 여인을 불결한
개로 비유하셨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 여인은 자신을 그런 짐승으로 이해하고 받아 드렸다. 이 여인의 겸손한 자기 성찰과 고백은 예수님의 치유로 곧 연결되었다.
이 여인은 딸의 문제로 예수님을 찾아 왔지만, 사실 자기 자신이 문제의 근원임을 발견했다. 자신이 부정한 사람으로 살아 왔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고백한 것이다. 우리는 주변의 많은 사람들을 위해 중보의 기도를 올린다. 대개 그 내용은 그들의 심령과 삶이 변화되기를 구하는 것이
다. 그러나 그들의 변화를 위해 내가 먼저 고침 받고, 변화될 것은 없을까? 그들이 가진 문제를 통해서 내 자신의 문제를 볼 수 없을까? 부모는 자녀의 문제 속에서 하나님 아버지를 거역하는 부모 자신의 삶을 되돌아 볼 것이고, 목회자는 교인들의 어그러진 언행 속에서 아직도 깨어지지 않은 자신의 아집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 우리는 자신의 어둠이 노출되는 것에 대해 강한 거부감을 갖는다. 그러나 고통스럽지만, 자신의 어둠을 인정하고 고백하는 겸손과 진실 속에 치유와 회복의 역사가 나타나는 것 아닐까?
둘째는 앞서 예수님의 치유의 역사를 귀신의 행위로 곡해하고 중상했던 바리새인들의 행위를 생각하며(마12:24), 이 본문을 다시 해석해 본다. 우리 심령 속의 빛은 만사를 바르게 보게 하고, 우리 속의 어둠은 모든 일을 비뚤어지게 본다. 딸에게 귀신이 들렸다고 하지만, 딸의 문제는 이 어머니 자신이 고침 받음으로 해결되었다. 우리가 고침 받고 변화 받을 때, 우리는 문제투성이의 대상을 전혀 다른 관점에서 보게 된다는 것이다. 귀신에게 고통을 받고 있는 장본인은 딸이 아니라, 사실 이 여인 자신이었고, 여인이 고침 받음으로 딸은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보이게 되었다고 해석하고 싶은 것이다.
다른 사람을 비방, 중상하는 사람은 자신 속에 있는 들보에 대해 전혀 무지하기 쉽다(마7:3). 만약 이 사람이 온전한 그리스도인의 형상으로 변화된다면, 그 비방의 대상은 사랑과 섬김의 대상으로 바뀌게 될 것이다. 귀신 들렸다고 비방을 받은 예수님이 잘못된 것이 아니라, 예수님을 비방하는 바리새인들이 귀신들의 사슬 아래 있었다. 성령 안에 있는 사람은 예수님 안에서 은혜와 진리가 충만하신 하나님의 형상을 보게 된다. 우리는 대상을 어떤 눈으로 보고 있는가? 우리가 변화되면 우리 주변의 대상은 전혀 새로운 사람으로 비쳐짐을 부인할 수 없다. 문제는 우리가 성령 안에서 보고 있는가? 아니면 어둠 속에서 바라보는가? 거기에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빛(성령)가운데 거하면, 다른 사람들을 전혀 다른 모습, 곧 사랑과 긍휼로서 보게 됨을 알자는 것이다. 우리 마음의 변화는 보는 대상을 전혀 달리 보게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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