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준재(내과전문의)
허드슨 강변에 책 하나 들고 나갔다. 베라자노 다리가 보이는 강변 벤치에 앉아 수필집이나 읽으리라 생각해서다.돛단배가 지나가기도, 1인용 쾌속정도 쏜살같이 물길을 헤치고 지나간다. 3척의 커다란 화물선
이 일정 간격을 두고 정박해 있는 것도 시야에 들어오고 있었다. 아마도 뉴욕항에 부릴 화물을 실었는가 보다.
항구를 떠난 또 하나의 화물선이 대양을 향해 생각보다 잽싸게 항해하고 있다. 배의 옆구리에 한진(Hanjin)이라 써둔 걸 보니 뉴욕항을 떠나 한국행인가 생각하고 있었다. 수평선 끝까지 시선을 떼지 않았다. 그 뱃길을 따라 가면 있을 한국이 생각나서다.수필집의 첫 작품인 피천득의 ‘나의 사랑하는 생활’을 읽은 후 팔에 닿는 강바람이 시원하다고 느끼고 있었다. 그리고 ‘조(Joe)’를 생각했다.
‘조’는 내가 아는 유일한 다국적 기업체의 사장이다. 세계 곳곳을 상대로 화물을 싣고 왔다 갔다 하는 선박회사의 사장이다. 올해는 50척의 배 소유가 목적이라고 했다. 나보다 한 살 위다. 그의 회사 크리스마스 파티나 틈틈이 기회 있으면 야외 바베큐에도 오라 한다. 그가 얼마 전에 들려준 얘기가 있다. 자기가 은퇴하면 아이들이 살 만큼 주고 나머지는 모두 자선단체에 주리라 했다. 주변 가족들의 불평도 좀 듣는다고 했다. 우리 식으로 얘기하면 수신제가(修身齊家)다. 심신을 닦고 집안부터 다스려야 하지 않느냐는 그런 불평이다. 남 주기 전에 자기네들에게도 좀 달라는 얘기인가 보다.
말이 좋아 ‘수신제가’지 세상에 어느 누가 그런지 알고 싶다. 그것은 바램이자 이상(理想)일지는 모르지만 고리타분한 훈시 정도로 이해하고 있다. 그렇게만 되면 좋겠지만 ‘수신’이나 ‘제가’의 율(律)은 완결편이 없다는 말이다.
‘조’가 그의 재산을 되돌려 주려는 것이 ‘워렌 버핏(1930~ )’의 최근 자선행위를 닮으려는 것인지는 모른다. 빌 게이츠 재단에 무려 300억 달러를 기부하겠노라던 말은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다. 그 이전에 그만한 돈을 기부한다는 얘기는 세상 사람들이 들어본 적이 없으니까.
기부 문화가 정착되어 있는 나라, 자원봉사가 생활화 되어있는 나라, 미국은 옛 제국들의 말로(末路)를 걷지 않으리라는 믿음을 혼자 되새기고 있었다. ‘조’와 같은 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는 땅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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