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아 꽃아 문 열어라:
이윤기 우리 신화 에세이
그리스-로마신화 전문 작가인 이윤기가 한국 신화 이야기를 책으로 엮어 내었습니다.
신화와 종교의 차이는 신화는 더 이상 신앙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리스-로마 신화에는 수 없이 많은 신들이 등장합니다. 그러나 그 신들을 믿는 현대인들은 없습니다. 신화는 그야말로 신들의 이야기로 읽혀질 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화는 아직까지도 힘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그것은 무슨 이유 때문일까요? 신화는 인간의 원형(Archetype: 집단 무의식에 관한 연구의 대가인 칼 융이 인간의 집단 무의식 속에 공통으로 자리 잡고 있는 보편적인 이미지의 패턴을 지칭하기 위하여 사용한 단어)을 잘 표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자면, 날기를 원하는 욕망이라던가, 죽음을 극복해 보려는 욕망, 그리고 아버지에 대한 이미지 등은 국경과 인종을 초월하여 인간 무의식에 잠재해 있습니다. 따라서 신화는 인간의 원형을 이해하는데 길라잡이가 된다는 것이지요.
이를 작가는 이렇게 표현합니다. 손잡고 가던 아이를 잃어버리면 손 놓친 자리로 돌아가라. 아이에게는 이렇게 이야기하지요. 엄마 손 놓치면 어디 가지 말고 그 자리에 그대로 서 있으라고. 인간들이 문제에 직면하여 길을 잃고 헤맬 때에 해결 방법 중의 하나는 원래의 자리, 본래의 자리로 돌아가 보는 것이라고 합니다.
신화가 그와 같은 역할을 한다는 것이지요. 그렇다면 신화의 유익은 무엇일까요? 신화는 오늘을 살아가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끊임없는 상상력을 제공하는 원천이 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신화를 가지고 있는 나라의 특징은 역사가 짧지 않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로마나 중국이나 한국 등은 건국신화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미국은 건국신화가 없습니다. 다만 건국에 대한 기록과 이야기만 있을 뿐입니다. 그래서 미국은 유럽이나 아시아의 많은 국가들에 비하여 젊은 나라라는 소리를 듣는 것입니다. 물론 미국 땅에 먼저 들어와 살았던 인디언들에게는 신화가 있지만 그것이 미국의 신화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한국의 신화는 그리 많이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또한 체계적이지도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가는 이 책의 집필을 위하여 한국의 곳곳을 다니며 신화들을 모아 한국의 신화를 통하여 인류의 원형을 찾아보고자 합니다. 한국의 신화를 통하여 공통적인 세계인으로서의 모습을 찾아보려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는 이렇게 말합니다. ‘나는 내 어머니 아버지의 아들인 ‘나’인 동시에, 한민족의 씨앗을 받은 조선인으로서의 ‘나’이며, 인류의 씨를 위에서 받아 아래로 전할 사명을 지닌 인종으로서의 ‘나’이기도 하다. 신화 또한 그렇다. 차차 밝혀질 테지만 신화는 ‘나’와도 같다. ‘나’는 혼자가 아니 듯이, ‘신화’ 또한 홀로 떠다니는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 신화를 얘기하되 끊임없이 남의 신화를 얘기해야 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역사에서 탯줄이 떨어진 신화, 곧 신이 한 이야기를 읽을 때마다 나는 아이처럼 늘 들뜬다’. 한국의 신화이야기는 흥미롭습니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한국의 신화 이야기와 그리스-로마신화의 이야기가 하나의 이야기로 만난다는 것입니다.
참, 독자와 관련하여 언급해야 될 이야기가 하나 있습니다. 그는 중학교를 졸업한 이후 고등학교에 진학하였다가 ‘제도권 교육을 따라가다가는 불행해 지겠다는 생각에’ 스스로 자퇴하여 독학으로 영어와 일어를 마스터하여 전문 번역가의 길로 접어들었다는 이야기를 스스럼없이 밝히고 있습니다. 따라서 그에게 학력위조란 존재하지 않으며, 학력이 그의 작가적 역량을 앞서 갈 수 없음을 온 몸으로 보여주고 있는 튼실한 사람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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