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맛? 고향의 맛!
상항한국학교 교사 천경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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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이 국에 고양이가 들어 있어요?”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숟가락까지 떨어뜨린 아이의 얼굴을 보고 한참을 웃었습니다. 사실은 오랜만에 송송 썬 익은 김치와 콩나물 한줌을 넣어 끓인 국밥을 한술 뜬 남편이 한 말이었습니다. “크아~~, 고향의 맛이네.”
어릴 때부터 영어보다는 한국말을 먼저 익히도록 하고 집에서는 반드시 한국말을 쓰게 한 덕분인지 딸의 한국어 실력은 내심 만족스러울 정도인데다가 가끔 접하는 한국 프로도 곧잘 보고 따라 웃고 하니 잘 이해하는 줄 알았는데, 요즘 들어서는 뜬금없는 말을 해서 저와 남편을 놀라게 하는 겁니다.
고향, 맛, 고양이, 모두 뜻과 사용처를 아는 단어들인데도 ‘고향의 맛’이라는 비유법을 사용한 단어에 생경했던 딸아이는 제 딴에 ‘taste’라는 뜻을 가진 ‘맛’이라는 단어에는‘고향’이라는 단어보다 맛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은(?)‘고양이’가 먼저 떠올랐나 봅니다.
중학생이 되면서 자주 이말 저말에 귀를 기울이고 묻기도 하지만 듣고 말하는 것을 엄마하고만 연습했던 아이는 이제 그 한계에 부딪친 것 같습니다. 추상적인 말과 비유적인 표현들의 습득은 글과 교육을 통해서 가능하고 세련된 화술은 많은 사람들과의 교류를 통해서 발달한다는 가장 기본적인 사실을 다시금 확인하게 되었습니다. 한국학교에서 만나는 아이들 중에는 제 딸과 같은 제한된 언어 습득 환경에서 자란 아이들이 많이 있습니다. 이러한 국한된 배경으로 인해서 할머니의 말투를 가진 아이, 할아버지의 어휘를 사용하는 아이, 엄마의 사투리를 자연스럽게 쓰는 아이들을 만납니다. 이런 아이들은 읽기와 쓰기 연습 그리고 다른 사람들과의 대화 속에서 점차 좋은 언어 습관을 가지게 됩니다.
너무나 기본적인 말배우기 방법을 저처럼 잊으시는 부모님들이 간혹 계십니다. 모국어가 아닌 외국어로써의 한글 교육은 더뎌 보이지만 꾸준하고 지속적인 관심없이는 이뤄지지 않습니다. 교육기관을 통한 아이의 한국어 교육은 다른 어떤 과외 활동을 이유로 미루어 질 수 없는 중요한 교육입니다. 다른 말 할 것 없이 이제는 제 아이의 한국어 교육이 시급하게 되어 버렸네요. 나중에 한국에 계신 저희 부모님과 친척들 앞에서 무슨 황당한 말로 놀래 드리기 전에 어서 학교에 가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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