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을 열면 세상이 보인다’
▶ 「푸코의 진자」
작심하고 읽어야 하는 책이 있습니다. 작심하고 읽는다는 것은 읽어 내기가 어려워도 읽어내려고 마음속으로 단단히 준비하고 읽는다는 뜻입니다. 제게는 움베르토 에코의「푸코의 진자」라는 책이 그 같은 책입니다. 아무리 읽고 또 읽어도 저자가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지 도무지 알 수 없는 책. 그야말로 암중모색을 하고 읽고 또 읽어도 오리무중인 책. 몇 시간간 틈을 두고 다시 읽으려면, 바로 직전에 읽었던 내용과 연결이 어려운 책. 암호 문서를 기록해 놓은 책도 아니요, 핵 물리학 공식을 기록해 놓은 책도 아닌 일반 대중 소설이 이렇습니다.
도입부는 얼마나 어려운지, 책이 출판되기 직전 출판 관계자들과 많은 사람들이 도입부의 백 페이지 정도를 들어내자는 의견을 낼 정도였지만 정작 저자는 주저함 없이 그럴 수 없다고 거부합니다.
도입부를 읽어낼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이 책을 읽으려고 한다면 아예 읽기 자체를 포기하라는 것이지요. 두껍기는 얼마나 두꺼운지...
영문 보급판 페이퍼백의 책 두께는 벼게만 하다고 합니다. 한글 번역판은 전 3권입니다. 이 책을 휴가 길에 배낭에 넣어 가지고 다니면서 읽었습니다. 이를 악물고 비행기 안에서 숙소 안에서 틈나는 대로 읽었습니다. 그런데 아직도 무엇을 읽었는지 모르겠습니다.
다만 살다보면 부드러운 음식만 먹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때로는 먹기 어려운 쓴 음식이나 딱딱한 음식을 먹을 수도 있다는 마음으로 읽었습니다.
이 책의 내용을 말하기 전에 푸코의 진자가 가지고 있는 의미를 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욕조나 세면대에서 물이 빠질 때, 가만히 보면 물이 반 시계 방향으로 소용돌이를 일으키며 흘러 내려가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정확히 이러한 현상은 적도 위의 북반구에서 일어나는 현상입니다. 적도 아래 호주와 뉴질랜드에서는 물이 시계방향으로 돌아가며 흘러 내려갑니다.
이러한 현상은 인위적인 현상이 아닙니다. 그럼에도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것은 지구가 자전하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지구가 자전하고 있다는 사실을 진자(pendulum)를 통하여 증명한 사람은 프랑스의 물리학자였던 장 베르나르 레옹 푸코입니다. 그는 1851년 단진자를 이용하여 지구의 자전을 증명해 보였습니다.
푸코의 진자라는 이름은 그래서 붙은 이름입니다. 푸코가 지구의 자전을 증명하기 위하여 사용했던 진자는 현재 프랑스 팡테온이라는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습니다.
이 책의 저자인 에코는 이태리 태생으로서 토마스 아퀴나스의 철학에서 퍼스널 컴퓨터에 이르기까지 기호학, 철학, 역사학, 미학 등 다방면에 걸친 전문적 지식을 갖추었을 뿐만 아니라 모국어인 이탈리아어를 비롯해 영어, 프랑스어, 독일어, 라틴어, 그리스어, 러시아어, 에스파냐어까지 통달한 언어의 천재입니다. 이러한 이유로 그를 레오나르도 다 빈치 이래 최고의 르네상스적 인물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현재는 볼로냐대학교에서 건축학, 기호학, 미학 등을 강의하고 있으며, 세계 명문대학의 객원교수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움베르토 에코의 소설은 소설이 아니라 백과사전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백과사전을 이해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만큼 그의 소설을 이해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특별히 이 책은 출판과 동시에 격렬한 논쟁을 불러일으키며 책 내용과 관련하여 로마 교황청으로부터 유감의 뜻을 전달받기도 합니다. 미국에서는 이 책이 1989년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기도 하였습니다.
이 책의 역자인 이윤기는 번역 후기를 통하여 푸코의 진자라는 이름이 가지고 있는 의미를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습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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