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을 열면 세상이 보인다’
▶ 『장미의 이름』
지난주에 이어 에코의 ‘푸코의 진자’ 이야기를 좀 더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이번 주에 소개할 푸코의 또 다른 책,『장미의 이름』과 연결되기 때문입니다.
‘푸코의 진자’ 번역 후기에서 이윤기는 그 이름이 가지고 있는 의미를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습니다. “진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진폭의 정점에 위치하는 부동점이라는 것에 유념할 것을 당부합니다. 에코는 바로 이 부동점을 얘기하기 위해 푸코가 발명한 진자라고 하는 장치를 이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부동점이라는 것은 움직이지 않는 절대 진리를 의미합니다. 인간이 보고 말하고 생각하는 진리는 참 진리가 아닐 수 있습니다. 간단한 예를 들겠습니다. 태양은 어느 쪽에서 뜨고 어느 쪽으로 집니까? 말할 것도 없이 동쪽에서 뜨고 서쪽으로 집니다.
지구 어디나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나 진짜 태양이 동쪽에서 뜨고 서쪽으로 지는 것일까요? 아닙니다. 도는 것은 지구일 뿐 태양은 돌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눈으로 볼 때, 태양은 분명하고도 확실하게 동쪽에서 떠서 서쪽으로 집니다.
인간이 보고 말하고 생각하는 진리라는 것이 이렇습니다. 우리가 영원히 움직이지 않을 것처럼 생각하고 믿는 것이 영원히 움직이지 않았으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인간이 생각하고 말하는 것은 불완전하기 때문에 움직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니 세상에 믿을 것 없다는 말, 틀린 말이 아닙니다.
이와 관련하여 푸코의 또 다른 소설인 ‘장미의 이름’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해주고 있습니다. 중세의 한 수도원에서 벌어지는 연쇄 살인 사건과 그 사건의 해결 과정을 미스테리 추리소설 형식으로 담아내고 있는 이 책은 이미 전 세계 모든 신학생들의 필독서로 자리매김한 책이기도 합니다. 이 책은 1988년 숀 코네리 주연으로 영화화되기도 하였습니다.
내용은 이렇습니다. 중세의 한 수도원에서 수도사들이 연쇄적으로 살해당하는 일이 벌어집니다. 사인은 독극물에 의한 살해. 죽은 자들의 검지 손가락과 혓바닥에서 검출된 독극물 죽은 자들의 사인을 증거 합니다. 주인공 윌리엄 수사는 우여곡절 끝에 수도사들의 연쇄적인 죽음이 수도원 원장과 수도원의 도서관과 깊은 연관이 있음을 밝혀내기 시작합니다. 그런데 나중에 들어나게 되는 사건의 전모는 독자들을 매우 혼란스럽게 만듭니다.
수도원 원장은 믿음이란 엄숙하고 거룩하며 경건한 것이기 때문에 절대로 웃어서는 안 된다는 도그마(교리)에 빠져 있는 인물입니다. 이것은 또한 중세 교회를 지배하고 있던 사고이기도 합니다. 이 같은 도그마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철학에 깊은 영향을 받은 결과입니다. 그러나 수도원의 도서관에는 아리스토텔레스가 집필한 희극이라는 책이 존재합니다. 웃음에 대하여 이야기하지 말아야 도그마의 정통성이 유지되는데 정작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의 웃음과 관련한 희극에 대하여 책을 집필한 것입니다.
수도원 원장은 이 책이 외부에 공개되지 않도록 금서목록에 올려놓고 그마저 의심스러워 각 페이지 오른쪽 부분에 치명적인 독극물을 묻혀 놓습니다. 누군가 이 책을 읽으면서 검지 손가락에 침을 묻혀 책장을 넘기게 되면 독극물 중독에 의해 죽게 만든 것입니다. 그러나 사실은 들어날 수밖에 없는 것. 그러나 최후에 이르기까지 수도원 원장은 그 사실을 숨기고자 불이 나는 도서관에서 그 책과 함께 한 줌의 재가 되고 맙니다.
움직이지 않는 부동점은 중요합니다. 인간이나 지구나 우주나 움직이지 않는 하나의 부동점에 의하여 움직입니다. 그러나 잘못된 부동점에 매달려 사는 것은 인생을 희극이 아닌 비극으로 마치게 합니다. 장미의 이름... 왜 책 이름이 장미의 이름일까요? 장미는 아름답지만 그 아름다움은 지속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장미라는 이름을 꺼낼 때, 사람들은 장미의 아름다움을 보고 말하기 보다는 장미의 아름다움을 생각하며 말합니다. 이민생활이나 유학생활, 그것이 단기간이든 장기간이든 잘못하면 부동점 없이 헤맬 수 있습니다. 여러분 위에서 여러분을 움직이게 하는 움직이지 않는 하나의 부동점은 무엇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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