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파만파라고나 할까.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는 심각하다. 모기지는 우리가 은행에 돈을 빌려 집을 사고는 20년이나 30년 동안 원금과 이자를 매달 또박또박 갚는 제도다. 프라임(Prime)은 모기지 같은 은행 융자의 상황에서 우수하다, 최양질이다 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직장 수입도 튼튼하고 신용 역사도 뛰어나서 제대로 모기지 상환능력이 우수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는 융자다. 서브(Sub)가 붙으면 문제다. 그 이하이다 라는 의미니까 한마디로 자격이 없는 사람들에게 모기지를 준 것이 서브프라임 모기지의 진원이다. 한동안엔 NINJA 융자라는 게 있었다. 수입도 없고(No Income), 직장도 없으며(No Job), 그리고 재산도 없다(No Assets) 는 것의 약자다. 부동산 경기가 한창 좋아서 평균 주택가가 10%씩 오를 때 부동산업자들은 고객들에게 집을 사도록 강권하다시피 했었다. 은행융자를 받아 매달 갚아야 할 돈의 계산에도 원금 상환은 빼고 이자만 내다가 집값이 오르면 팔아 이익을 볼 수 있노라고 선전해왔었다. 이자율이 6%인데 1% 이자만 내면 당장 새집에 들어갈 수 있다고 하면서 집사기를 재촉했다. 그러나 애당초 상환능력이 없는 사람들이 집을 샀기 때문에 이자마저 내는 것도 힘들었지만 변동이자율이라서 이자율이 높아질 경우, 또 원금 상환을 포함하는 경우 매달 집값내기가 불가능해져서 신용불량자들이 양산되게 되었다. 더 기막힌 일은 워낙 이자가 6%였는데 1%씩만 냈기 때문에 지불 안 된 부분이 원금에 붙어 원금이 올라가는 현상이 생겼다. 75만 불에 산 집에 50만 불의 모기지가 있고 25만 불도 제2의 모기지로 산 경우 1% 이자만 내다보니까 50만 불 빌린 것이 65만 불이 되고 25만 불 빌린 것이 30만 불이 되는 일이 생겨났다. 그런 와중에 부동산 경기가 침체되면서 거품이 걷히는 바람에 집값이 형편없이 내려가는 현상이 되었다. 75만 불에 산 집을 50만 불에 내놓아도 안 팔리는 판국이다. 그것에 더해 건설업자들도 은행 부채를 갚아야하기 때문에 100만 불 하던 새집을 70만 불에 파는 경우도 허다해서 경기 하강에 기여하고 있다. 부동산 경기가 죽을 쑤니까 건축업계, 융자업계, 심지어는 음식점들마저도 불경기를 타게 된다.
왜 이런 현상이 왔는가. 사람들의 욕심이 주원인이다. 무리를 해서라도 집을 몇 채 사놓으면 자꾸 올라 몇 년 지나면 돈을 번다는 계산이나 예측에 귀가 솔깃해진 것이다. 또 부동산 브로커, 모기지 회사, 그리고 감정사들이 고의로 서류를 조작해서, 예를 들면 40만 불짜리 집을 65만 불로 감정해서 융자를 받게 한 부정불법 행위도 많았기에 FBI나 주 검찰 당국의 조사가 활동적으로 진행중이다.
모기지 대란은, 특히 그 영향의 국제적 파장에 관해서는 머리 좋은 금융전문가들 때문이기도 하다. 1970년대만 하더라도 은행에서 모기지를 받으면 30년 동안 그 은행에 또박또박 돈을 갚아갔던 시절이다. 그러나 은행으로 보면 그 돈의 시장력은 30년 동안 묶인다. 그래서 생겨난 것이 은행융자액 자체를 증권처럼 포장하는 개념이다. 즉 A은행은 B씨에게 30만 불을 빌려주고는 그 융자액을 상품으로 C은행에 팔면, 그리고 그런 식으로 자꾸 증권처럼 팔게 되면 돈이 돌고 돌아 더 빌려줄 수 있고 더 많은 소비자들이 주택소유자들이 되는 제도다. 따라서 우리가 받은 융자가 처음 은행에 머물러있지 않고 여러 개의 은행이나 금융기관에 팔려지게 된다. 또 중국 자본시장의 돈도 미국 모기지를 사게 되고 핀랜드 어느 소도시의 공무원 연금공단도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를 소유하게 된다. 그러니까 미국이 감기가 들게 되면 전 세계가 콧물을 흘리는 현상이다. 한 가지 문외한인 내가 이해 못 하는 것은 서브프라임 모기지로 자기 은행이나 회사에 막대한 손해를 끼친 CEO들이 해고당하면서도 몇 백만 내지 몇 천만 불의 보너스를 받고 나간다는 사실이다. 참으로 요지경 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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