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의 설날
왠지 미국에선 한국의 큰 명절인 추석이나 설날을 맞이할 때마다 한국에서처럼 들뜬 느낌이나 기다림의 감동이 없는 것 같다. 마켓에 송편이 나오면 추석이 가까왔나보다 하고, 중국인들이 음력 새해를 맞아 이런 저런 문화 축제를 하면 설날이 가까왔구나를 느끼며 떡국 먹을 생각만 할 뿐이다.
오히려 미국에 살다보니 미국 추수 감사절이나 몇 달 전부터 방송에서 케롤을 계속 들려 주는 성탄절이 더 신나고 기다려지는 날이 되버린 건 아닌 지 모르겠다.
어린 시절, 추석과 설날은 오랫동안 손꼽아 기다리던 날이었다. 맛있는 것을 많이 먹을 수 있었고, 친척들이 한자리에 모여 이야기와 웃음이 풍성한 화목의 자리였다. 특히 설날은 부모님으로부터 새 옷도 선물 받고 새해를 맞아 어른들께 공경하는 마음으로 세배를 올리고 덕담을 들으며 세배 돈까지 챙기는 아주 기쁜 날로 기억되건만, 미국에 사는 아이들에겐 이런 추억을 갖게 하기가 힘들다. 그나마 한국 학교에서 이런 설날의 풍습을 느끼게 해주고자 설날 잔치를 하기에 설날을 실감하곤 한다.
선생님들과 학생들이 모두 한복을 곱게 입고, 교사들은 한식, 단오, 한가위와 더불어 4대 명절 중의 하나인 설날의 기원에 대해 가르친다. `세배’란 웃어른께 `올 한 해 동안 아무런 근심없이 평안하게 지내십시오’라는 의미에서 절을 드리고 이에 어른들은 `덕담’과 함께 여러 과일이나 음식을 대접하던 데에서 세배돈이 유래 되었다는 것과 올바른 세배 법을 배운 뒤, 돗자리를 깔고 교사의 시범에 따라 세배를 해본다.
안 입어보던 한복을 입어서 행동이 자유롭지 않은 지, 아니면 한복이 주는 어떤 전통의 무게를 느껴서인지 아이들이 제법 다소곳해지고 배움에 열심이다. 발이 꼬이고 어려워서 틀리기도 하지만 저희끼리 서로 가르쳐 주기도 하며 재미있다고 시끌시끌하다. 수업에 동참하신 학부모님과 선생님께 세배를 드리면 세뱃돈 대신 덕담이 적힌 덕담 카드를 받는다.
그리곤 각자 준비 해 온 설 음식을 나누어 먹고, 설날 대표 민속놀이인 윷놀이와 팽이치기, 제기차기 등도 해본다. 제기를 직접 만들어 보기도 하고 팀을 나누어 윷놀이를 하다보면 민속놀이도 재미있음을 맛보게 되고 또 친구끼리 서로 친해지고 협력하는 마음까지 생겨서 좋다.
미국에서의 설날. 이렇게라도 분위기를 내며 우리의 명절을 지켜갈 수 있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긴 ~하루, 그러나 보람있고 추억이 남는 그런 하루가 아니었을까?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