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그 다음 삶’ 찍는 이지영 감독
한국서 40년 수감생활후 미국 온 노인
이방인으로 살며 과거 되찾는 과정 그려
한국어 대사 등 정체성 묻는 질문 가득
“뉴욕에서 자란 한인 2세인 저에게 LA 한인타운은 미국 속에서 한국문화를 복제해 대신 보여주는 매우 독특한 정체성의 고향입니다.”
LA 한인타운과 아버지를 주제로 한 영화 ‘그 다음 삶(then there’s the afterlife)’을 제작하는 영화감독 이지영(36)씨에게 한인타운은 끊임없이 예술적 영감을 제공하는 매혹적인 장소이다.
이 감독이 한인타운에서 살아가는 아버지와 아들 세대의 인생을 주제로 한 영화를 만들기로 결심한 이유는 한인타운이 늘 수수께끼의 대상이었던 아버지에 대한 해답을 제시해준 곳이기 때문이다.
한인 2세 이지영(왼쪽)감독은 제작자 김민수씨와 LA 한인타운과 아버지를 주제로 한 영화 ‘그 다음 삶(then there’s the afterlife)’을 제작한다.
이 감독이 ‘영화판’에 뛰어들겠다고 말했을 때 아버지는 오랫동안 숨겨온 젊은 날의 꿈을 이야기 해주었다.
“사춘기 때는 반항도 했었고 언제나 아버지와 나는 너무 다르다고 생각했다”는 이 감독은 “한국에서 예술대학에 다니며 배우를 꿈꾸던 아버지가 한국의 ‘고단한’ 70년대를 뒤로하고 독일로 떠나야 했기 때문에 배우의 꿈을 접어야 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결국에 아버지와 나는 같은 길을 걷고 있었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 감독은 꿈을 포기해야만 했던 아버지의 삶을 모티브로 각본을 섰고 아버지와 NBC 인기드라마 ‘히어로’의 출연중인 한인배우 제임스 카이슨 리를 주연 배우로 캐스팅했다.
영화는 한국에서 40년의 수감생활을 마치고 출감한 60대 노인이 LA 한인타운으로 흘러들어와 이방인으로 살아가며 제 2의 삶과 잃어버린 과거를 되찾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아들의 영화를 통해 60대 중반에 배우로 데뷔하는 이 감독의 아버지는 지난해 연방의회에서 위안부결의안을 통과시키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한 한인위안부결의안범대위 공동운영위원장을 맡았던 이문형씨다.
한인 2세 감독이 한국 아버지 세대의 삶을 한국어 대사로 표현하고 한인 배우들이 출연하는 영화를 제작하는 만큼, 영화 ‘그 다음 삶’은 제작 과정 자체가 정체성에 대한 질문으로 가득하다.
이 감독은 “한국어 대사를 처리할 수 있는 10여개의 배역을 캐스팅하며 150명에 가까운 다양한 배경의 한인 배우들을 만났다”며 “시시각각 변하고 거리거리 마다 독특한 문화가 존재하는 한인타운의 매력을 그 안에서 살아가는 인간군상을 통해 새로운 시각으로 표현하겠다”고 밝혔다.
“한인타운의 생동감과 독특함은 그 하나하나가 영화”라고 말하는 이 감독은 “한인타운에서 만나는 사람들에 매료돼 그들을 다 영화에 표현하려다 보니 각본이 길어져 고민”일 만큼 영화에 담아낼 한인타운의 매력에 사로잡혀 있다.
이 감독의 영화는 한인 여성 제작자 김민수씨와 공동 제작하며 오는 4월부터 한인타운 곳곳에서 촬영을 시작할 예정이다.
<김연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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