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뉴스) 김현준 특파원 =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질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물가는 오르면서 스태그플레이션에 빠질 위험이 높아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뉴욕타임스(NYT) 등은 21일 미국이 경기침체 가능성 속에 인플레이션까지 겹치는 상황에 직면해 1970년대 이후 없었던 스태그플레이션의 공포가 되살아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스태그플레이션이라는 말은 1965년 영국의 이아인 매클레오드 의원이 처음 사용하면서 등장한 용어로, 미국은 1970~1981년에 실업률은 9%까지 치솟으면서 경기는 침체하고 인플레이션율은 15%에 달하는 스태그플레이션을 경험한 지 30년여 년 만에 이와 비슷한 상황에 놓이고 있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20일 주택경기 침체와 신용경색 위험이 아직 남아 있다는 이유로 2008년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작년 11월 발표한 1.8%-2.5%보다 0.5%포인트 낮춘 1.3%-2.0%로 하향 조정했다고 발표, 경제성장의 둔화를 예견했다.
반면 미국의 물가 상승은 심상치 않은 조짐을 보이고 있다. 노동부는 20일 1월 소비자 물가지수(CPI)가 전문가들의 예상치인 0.3%보다 높은 0.4% 상승했다고 발표했다. 미국의 소비자 물가는 작년 12월 0.2% 오른 데 이어 두 달 연속으로 상승했으며 2007년 1월 이후 4.3%나 급등했다. 변동성이 심한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이른바 근원 CPI도 1월에 0.3% 상승해 2006년 6월 이후 1년 7개월만에 가장 높게 치솟았다.
70년대 당시와 지금을 비교하면 국제유가가 19일, 20일 이틀 연속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서면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밀 가격도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상품가격이 급등하는 점에서 유사하다. 노동력과 생산성 향상이 둔화돼 잠재성장률이 떨어지는 것도 비슷하다.
다만 지금은 인플레이션율도 낮고 실업률도 높아지고는 있지만 4.9%에 그치고 있어 상황이 다르기는 하다.
또한 70년대의 중앙은행이 인플레를 잡으려 하지도, 잡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도 않았던 반면 현재의 중앙은행은 낮은 인플레를 유지하는 것을 우선 현안으로 보고 있다는 것도 크게 다른 점이다.
버클리 캘리포니아대학의 경제학자인 크리스티나 로머는 중앙은행이 무책임한 정책을 펴지 않기 때문에 과거 같은 상황이 반복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경제성장을 회복시키고 물가도 잡으려는 중앙은행의 노력은 성공하기 어렵다는데 딜레마가 있다.
중앙은행이 실업률을 낮추려면 금리를 내려야 하고, 인플레이션을 잡으려면 금리를 올려야 하는데 경제성장 둔화와 물가상승이 같이 나타나는 상황에서 이를 동시에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을 지적했다.
윌리엄 풀러 세인트 루이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도 이와 관련, 인플레이션이 완화될 조짐을 보이지 않아 통화정책결정자의 선택을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도 많은 사람들이 희미하지만 분명하게 들리는 지난 1970년대 스태그플레이션의 메아리를 듣고 있다면서 일부 경제학자들도 중앙은행이 성장세를 회복시키기 위해 금리 인하를 단행했지만 이로 인해 인플레이션이라는 더 큰 문제에 직면할 수도 있다는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베어스턴스의 미국 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존 라이딩은 중앙은행의 금리 인하의 대가가 나중에 나타날 것이라면서 지난 1970년대에 나타난 스태그플레이션처럼 인플레 여부가 아니라 이로 인해 얼마나 큰 대가가 따를 것이냐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jun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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