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향목 교회 마당에서는 극빈자 구호 단체에서 매주 목요일은 음식을 나누어 준다.
이곳의 주 단골은 필리핀 사람들이다. 나도 구호 물건을 타다가 친지에게 가져다주려고 퇴근 하는 남편을 집으로 오지 말고 친지의 집으로 오라고 하였다.
이제 남편은 나이가 70이 넘어 퇴근길에 졸다가 앞의 차를 많이 들이박아 보험금이 엄청나게 올라 언제부터인가 운전을 직접 하지 않고 남의 차를 타고 출퇴근한다.
남편은 약속 장소에 이미 와서 기다리고 있다가 “늦었네”. 한다.
우리는 곧장 월마트에 갔다. 연말에 월마트 티켓이 백 불짜리가 선물로 들어 와서 그걸 소비하려고 온 것이다. 별로 필요없는 것 두어 가지 사서 나왔다. 머리 뒷골이 아파 온다.
왜 아플까 생각하니 점심도, 아침도 안 먹고 커피만 먹었던 것이 생각이 난다.
“여보 나 저녁 먹어야 돼, 저녁 먹고 시장 봅시다”. 차를 월마트에 두고 한참 걸어서 인근 순두부 집에 가서 순두부를 둘이서 하나씩 시켜 놓고 맛있게 먹었다.
여종업원이 친절하게 반찬이 “그냥 남았네 하며, 이것 다 쓰레기로 버리게 되니 싸드릴게요. 비빔밥으로 잡수세요”. 한다.
고마운 마음씨에 담아 놓은 남은 음식을 가져가기로 했다. 계산서가 와서 카드를 내어 놓으니 여 종업원이 현찰만 받는다며 대단히 송구한 모습이다.
남편은 화가 나서 “그러면 현찰만 받는다고 써 붙여야지요,” 하며 휭 하니 나간다. 한참 있으니 돈을 가져와서 계산을 하면서 “이게 뭐요, 맛있게 음식을 먹고 이런 불편을 준다는 것이, 다음부터는 현찰만 받는다고 써 붙이어 놓으세요.” 말한다.
남편이 말하기를 월마트에 가서 돈을 찾아왔다고 한다.
비는 부실 부실오고, 옷이 젖어 있었다. 다시 월마트 이층으로 올라가 샘스‘ 클럽에서 이것저것 사가지고 월마트로 내려 왔다. “여보, 화장실에 갔다가 갈 테니 먼저 가세요.” 했다.
화장실에서 나오니 남편이 “나도 서있었으니 당신도 서 있어요,” 한다.
옆에 60줄에 들어 선 듯한 건장한 백인 남자가 나를 보더니 희색이 가득하게 웃는다. 저 사람이 한국말을 알아듣나...
요즈음은 외국인들도 한국말을 많이 배워서 알고 있어서 조심해야 한다.
나를 보더니 화장실에서 올드 레이디 못 보았느냐고 하는 것 같다. 말을 입안에서 굴려서 알아듣기가 힘들었다. 모르겠습니다. 하였다. 조금 있으니 나이가 많아 보이고 머리가 하얀 허리 굽은 할머니가 나오신다. 백인 남자는 그녀를 보더니 “시이스 마이 마더” 라고 소개한다.
어머니라는 할머니와 백인 남자가 서로 바라보는 눈이 아주 순하디,
순한 청 노루 눈빛이 다. 허리 굽은 할머니는 자연스럽게 건장한 아들의 팔짱을 끼고, 발걸음도 시원찮은 걸음으로 걸어 나가는 모습이 얼마나 다정한지. 쪼그만 아이가 엄마에게 가까스로 매달려 걸어가는 모습이다.
건장한 아들에게 매달려 가는 저 여인 얼마나 행복할까, 부러웠다. 나를 돌아보았다.
뉴저지에 있는 작은 아들이 그렇게 할까, 메릴랜드에 있는 큰 아들이 그렇게 할 수 있을까... 다정하게 걸어가는 두 모자의 등 뒤 로 흐르는 행복이 내 것이 되기를 바라보았다.
시인 김사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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