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기관에도 변화의 바람 불어야
시카고 한인사회가 성장하면서 한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각종 복지 서비스의 양은 늘고 있지만 타성에 젖은 방식에 머물거나 홍보 부족으로 인해 유명무실한 경우가 많아 아쉬움을 주고 있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지만, 소문은 안 났지만 참으로 먹을 것이 많은 잔치에 참가자들이 거의 없어 자리가 텅텅 비는 모습을 보면“주최측에서 조금만 더 신경을 썼다면 더 많은 사람들이 왔을 텐데…”하며 안타까운 마음이 들곤 한다.
한국에서도 최초의 CEO 출신 대통령이 탄생한 지금, 공익 기관이나 단체들도 더 많은 사람들에게 혜택을 주고 충분한 기금 마련으로 재정난을 겪지 않으려면 좀더 전략적이고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한 시기이다. 지금의 경제 침체와 이민 개혁의 지연과 같은 외부적인 환경 요인은 소수계 이민자로서 한인들의 삶을 어렵게 하고 있고, 각종 복지기관들이 제공하는 도움의 손길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시카고 한인사회의 대표적인 복지기관인 한인사회복지회(사무총장 최인철)와 한울종합복지관(사무총장 윤석갑)이 최근에 보여주고 있는 모습이 큰 대비를 이루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최근 한울종합복지관에서 개최했던 법률세미나에는 유용한 취업, 세법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변호사가 2명이나 초빙됐지만 참석자는 3~4명에 불과했고 한울복지관 직원들이 빈자리를 채우고 질문을 던지는 웃지못할 상황이 벌어졌다.
작년에 초유의 접수 대란을 일으켰던 취업비자 신청이 한달여 앞으로 다가왔고, 취업이민 문호가 급진전돼 앞으로의 전망에 대한 관심이 절정에 오른 상황에서 마련된 세미나 치고는 참석자가 너무 없어 열심히 자료를 준비한 변호사들도 맥이 빠진 기색이 역력했다.
반면에 한인사회복지회에서 매달 열고 있는 법률 상담서비스의 지난 행사 때는 눈 내리는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많은 이들이 찾아와 상담을 받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복지회에서는 요즘 신선한 시도를 많이 하고 있는데 관계자들이 금연 상담 서비스를 홍보하기 위해 H마트를 직접 찾아가 안내문과 금연 도구를 전달했던 것도 그런 사례 중 하나다.
1.5세와 2세들로 구성된 준이사회 제도를 도입하려는 것도 한인 커뮤니티의 세대 변화의 흐름을 읽고 현실에 이를 반영하려는 참신한 아이디어였다.
두 기관 단체의 언론사를 대하는 자세도 사뭇 다르다. 복지회의 최인철 사무총장을 비롯한 직원들은 한인 사회든, 주류 사회든, 언론사든 직접 발로 뛰며 찾아가 새로운 프로그램에 대해 홍보하고, 기자회견을 열어 더 많은 사람들이 복지회가 주관하는 각종 프로그램이나 행사를 통해 혜택을 볼 수 있게끔 노력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그에 비해 한울종합복지관에서 행사 내용을 알려달라는 팩스 한 장 달랑 보내는 모습에는 뭔가를 알리겠다는 열성이 느껴지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새롭게 시도됐던 법률세미나가 좋은 프로그램임에도 불구하고 한울복지관에서 많은 참여를 이끌어내지 못하는 안일한 자세탓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행사를 주관하는 기관, 단체들은 언론을 통한 광고나 홍보는 물론, 전 직원을 동원해서라도 행사에 대한 보다 적극적인 홍보가 필요하다.
그러나 프로그램만 좋으면, 혹은 위치만 좋으면, 알아서 많이들 찾겠지 하는 무성의한 자세로 임하다 보니까 참석자가 겨우 몇 명에 불과한 행사가 돼버리는 것이다.
또한 더 적은 시간을 들이고도 자신이 필요로 하는 문제 상황에 대한 구체적인 해답을 얻으려는 사람들의 심리를 간파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이유로 꼽힌다. 법률이든, 세금 문제이든 일반적인 주제로 지루하게 이어지는 강연식 세미나 보다는 참석자들에게 단 10~20분이라도 구체적인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전해주는 상담식 서비스의 호응이 높아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공직 사회에도 경쟁과 창의적인 전략이 강조되고 있는 만큼, 공익 기관이나 단체에도 뭔가 새로운 변화의 바람이 필요한 때이다. <이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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