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을 그리면서 또 다른 자신을 보게 된다는 박이슬(17·미국명 앤젤라·라과디아 예술고교 12학년)양.
7세 때부터 시작한 피아노 연주 실력으로 각종 대회를 휩쓸며 한때 피아니스트를 꿈꾸기도 했지만 고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음악과 미술을 양손에 놓고 고민하다가 미술을 선택했다.뉴욕시 특목고 중 유일한 예술계 특목고인 라과디아 예술고교에서 미술을 전공한지도 벌써 4년째다.
대학 졸업 후에는 아직 한인 여성들의 진출이 적은 건축분야로 진출해 여성 건축가로 주류사회에 도전장을 내밀겠다는 꿈을 키우고 있다. 동시에 일러스트레이터의 꿈도 갖고 있다. 이미 파슨스 대학과 스쿨 오브 비주얼아트(SVA)에서는 장학생으로 입학통보를 일찌감치 받아놓은 상태다. 현재는 일반전형으로 지원한 쿠퍼 유니온과 프랫 인스티튜트, 시라큐스대학, 로드아일랜드 디자인 스쿨(RISD)의 입학 통보를 기다리고 있다.
그렇게 좋아하고 재능도 보였던 피아노는 그저 취미로만 즐기고 싶다고. 그림 그리는 일이 뭐가 그리 좋은지 묻는 질문에 그림을 그리다보면 온갖 잡념이 사라지고 스트레스도 해소된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마음껏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공간이 하얀 백지 위에 펼쳐져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하고 매력적이라고. 주변에 음악과 미술에 재능 있는 한인학생들이 많은데 한인 부모님들의 선입견 때문인지 예술고교 진학을 꺼리는 것 같다며 못내 아쉬워했다.
아시안 학생이 전체 등록생의 10%에 불과한데다 갈수록 한인 신입생도 줄어 총무를 맡고 있는 한인기독학생클럽 ‘KCF(Korean Christian Fellows)’도 존폐위기에 놓여 있을 정도란다. 고교시절부터 자신의 예술적 재능을 키우고 공부도 하면서 졸업 후 일반대학에 진학해 의사도 되고 변호사도 되고 원하는 분야로 진출이 얼마든지 가능한데도 불구하고 한인 학부모들은 자녀의 예술고교 진학 자체를 그리 달갑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고. 학교의 대선배로 한인이라는 사실을 자랑스럽게 느끼게 만들어 준 배우 김윤진도 있지만 각계각층의 다양한 분야에서 이름을 떨치고 있는 선배들도 많다며 한인 신입생들이 보다 많이 입학했으면 하는 바람을 내비췄다.
올 봄 고교 졸업과 올 가을 대학 진학을 앞두고 이달부터는 부모님(박종완촵이미숙)이 운영하는 브루클린의 델리 가게에서 매주 토요일마다 아르바이트도 시작했다. 부모님 일손도 거들고 용돈도 벌면서 부모님 부담을 조금이라도 덜어보겠다는 생각에서다. 더불어 친구들과 고교시절의 추억을 만들어보고 싶다며 9일 열린 박진영 사단의 JYP 엔터테인먼트 오디션에도 응시했다. 평소 노래에 일가견이 있어 노래방에서 90점미만 점수를 받아본 적이 없지만 노래 실력 평가는 두 번째이고 친구들과의 소중한 추억이 우선이었다고. 초등학교 5학년 때 여동생과 부모님을 따라 이민 와 한때 언어 문제로 학교생활 적응에 어려움도 있었지만 지금은 친구들의 고민 상담을 도맡을 정도로 인기도 독차지하고 있다. 친구들의 비밀을 모두 품고 있어야 하는 위치가 때로는 고민스럽기도 하지만 자신을 찾아주는 친구들이 그저 고마울 뿐이란다.
친구들이 한국의 주류광고를 보고 지어준 ‘참이슬’이란 애칭도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이제는 맞장구를 쳐줄 수 있을 만큼 여유도 생겼다.
2006년 여름에는 청년학교에서 서류미비학생들의 고등교육 기회를 보장해주는 ‘드림법안(DREAM ACT)’ 통과를 위해 캠페인 활동에도 동참했다. 지역 정치인과 연방 상하양원 정치인에게 엽서 보내기 운동 등에 힘을 보태기도 했다. 잠을 자다가도 갑자기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벌떡 일어나 스케치북을 펼쳐놓고 밑그림이라도 그려놓아야 겨우 잠에 들만큼 미술에 대한 열정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 그림으로 한국을 알리고 싶은 그의 작은 소망이 이뤄질 날이 머지않아 현실로 이뤄질 그날을 기다리며 오늘도 하얀 백지를 마주하고 붓놀림에 열심을 다하고 있다.
<이정은 기자> juliannelee@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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