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울복지관 가사보조 서비스 문제 투성이
한인노인들,“시정 요구해도 묵살”불만 고조
한울종합복지관(사무총장 윤석갑)이 제공하고 있는 가사보조 프로그램에 대해 한인 노인들 상당수가 불만을 표시하고 있어 개선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가사보조 프로그램은 한울복지관이 일리노이주 노인국의 위탁에 의해 운영 중인 것으로 소속 도우미 55명이 시카고에 거주하는 한인 연장자 300여명의 가정에 파견돼 1회 4시간 동안 청소와 빨래, 식사 마련 등을 돕고 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도우미들이 제대로 일을 하지 않거나 규정된 시간을 채우지 않고 노인들의 확인 서명을 받아가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는 것. 또 극히 일부 사례이긴 하지만 어떤 도우미들은 노인들의 금품을 몰래 가져가기도 했다.
시카고 지역 한 노인아파트에 사는 L할머니는“아예 도움을 안 받는 게 편하다”며 손사래를 쳤다. 비좁은 노인 아파트의 특성상 청소를 해야 할 공간이 그다지 넓지 않음에도 불구, 부엌이나 방은 건드리지도 않은 채 마루만‘슬쩍’닦다가 돌아간다는 게 할머니의 설명이다. H할머니도“방 한 칸짜리 노인 아파트에서 할 게 뭐 그리 많겠느냐”며“제대로 하는 것 없이 시간만 때우다가 싸인을 받고 돌아가는 게 전부이기 때문에 이젠 그냥 오지 말라고 한다”고 말했다.
도우미들의 부정확한 시간 관념도 도마에 올랐다. 약속 시간보다 30분, 1시간 늦는 것은 기본이고 2~3시간 늦는 일도 자주 있다는 것. 시카고 셰리단길 소재 노인아파트에 산다는 K할머니는 본보와의 통화에서“도우미가 항상 늦으면서 차가 고장났다, 길이 막혔다는 말도 안 되는 핑계를 댄다. 늙은 사람 시간 많으니 아무 때나 와도 된다는 생각이 아니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가사보조서비스와 관련해 한인 노인들이 가장 큰 문제로 꼽은 것은 소수 도우미들의‘도벽’이다. 요즘엔 많이 사라졌으나 수년전만 해도 도우미들이 찾아올 때마다 귀중품을 숨겨야 할 정도로 심각했다는 전언이다. 게다가 한울복지관측에 관련 민원을 제기해도 노인들의 건망증 정도로 치부하는 경우가 많아서 문제를 제때 시정하지 못해 불만을 샀다.
이에 대한 대표적인 사례로는 지난해 발생한 일명‘차떼기’절도사건이 있다. 전부터 노인들이‘도벽이 있다’며 불만을 제기했던 도우미 S씨가 한 한인 할머니의 옷가지와 귀중품을 몽땅 털어갔던 것. 당시 한울복지관 윤석갑 사무총장이 책임을 인정, 항의하는 할머니 가족들에게 사과하고 S씨를 해고하기에 이르렀다. 사건이 일어난 검정아파트에 살면서 모든 과정을 지켜봤다는 H할머니는 처음엔 ‘절대 그럴리 없다’면서 부인하다가 돌아가신 할머니의 딸과 사위가 직접 경찰에 신고하는 등 정식으로 문제를 삼자 윤 총장이 사과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면서 하지만 없어진 물건은 끝내 돌려받지 못해 너무 분해했다고 전했다. 그는 또 우리가 전부터 복지관에 찾아가서 손버릇이 안 좋으니 (문제의 도우미를) 내보내야 한다고 수차례 얘기했는데 그때마다 윤 총장은‘알았다’고만 하고 아무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진작에 내보냈으면 그런 일이 없었을 것 아니냐”며 비난했다.
이외에도 노인들은 가사보조 서비스에 불만을 가지는 이유로 ▲청소 도구 구입 등의 이유로 비용 과다 청구 ▲도우미들의 낮은 교육 수준 ▲서비스 제공 중단 위협 등을 꼽았다. 이 중 서비스 중단 위협의 경우 상당수 노인들이 불만 제기를 이유로 복지관 측으로부터 도우미를 보내지 않겠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밝혔다.
커뮤니티내 주요 한인단체의 회장을 지냈던 한 한인은“어머니가 이용하던 가사보조 서비스에 문제가 있어 도우미를 바꿔 달라했더니 한울복지관이‘앞으로 3개월 동안 도우미를 보내지 않겠다’고 해 깜짝 놀랐다”며“생각 끝에 단체장 신분을 밝히면서 커뮤니티에 이런 사실을 공개, 정식으로 문제를 삼겠다고 했더니 즉시 도우미를 바꿔줬다”고 전하기도 했다.
또 교육 수준에 대한 불만은 한울복지관이 파견하는 가사보조 도우미들은 대부분 중졸 미만의 학력이어서 청소나 빨래 외 다른 도움을 거의 주지 못하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시카고 지역에서 관련 업무에 오래 종사한 한 한인은“일반 미국인 가사보조 도우미의 경우 고졸 이상의 학력에다가 상당수가 20대 초반인 낮은 연령대”라며“단순 가사 보조 외에 각종 공과금 납부나 편지 읽기 등으로도 노인들을 돕는다”고 소개했다.
이와 관련, 한울종합복지관 가사보조부 이희정 디렉터는“서비스 대상인 노인은 300명이 넘는데 도우미 숫자는 55명에 불과하다. 여기에 학력까지 제한하면 현실적으로 아무도 할 사람이 없다”며“최대한 노인들의 요구에 맞추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그래도 불만이 있는 경우 스케줄 변경을 통해 다른 도우미를 보내드리고 있다”고 말했다. 봉윤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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