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탄성명 발표 전현직 단체장들 한마디
20일 청기와 식당서 열린 기자회견에는 ‘검은 머리 외국인’ 발언 규탄 성명서에 서명한 전현직 한인 단체장 77명 중 곽길동, 김영환, 김정일, 김창범, 신화준, 유의영, 장영준씨 등 7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검은 머리’라는 표현이 해외 한인들을 극심하게 비하하는 것이라며 해외 동포들에 대한 본국의 시각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다음은 참석자들의 개별 발언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김창범 전 한인회장: ‘검은 머리’라는 표현은 ‘왜놈’이나 ‘짱꼴라’ 등 외국 국적을 가진 이들을 비하하기 위한 것이라는 점에서 1세들에게 문제가 될 뿐 아니라 후세들에게도 아주 안좋은 영향을 미칠 것이다. 근본적으로 한국은 인종차별이 매우 심한 곳으로 코리안 드림을 품고 찾아온 동남아 사람들에 대한 대우를 보면 잘 알 수 있다. 경제대국 운운하지 말고 달느 선진국, 특히 미국의 인종 관련 도덕적 기준이나 사회정의 체계를 본받아야 한다. 사법부는 어느 부처보다도 인권을 소중히 여겨야 하는데 그 중 한 사람이 망언으로 해외 동포에게 상처를 주는 것은 안 될 일이다. 한국 주요 부서에 우리의 결의를 보내겠다. 예전 IMF 때 재미 한인들이 모국에 보낸 송금액이 50억달러나 된다. 예전 일제 치하 때는 독립운동을 지원했고 60년대에는 경제발전을, 7~80년대에는 고국의 민주화를 위해 최선을 다한 우리다. 요즘에도 무비자와 위안부 결의안, 한미FTA 등을 위해 얼마나 도와주고 있는데 그런 비하를 할 수 있느냐.
▲곽길동 전 한인회 이사장: 세계 각국의 추세는 해외에 나가있는 자국 동포를 국토 확장 및 국력 신장의 척도로 인식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유독 한국에서만 해외 동포에 대한 인식이 세계적인 방향과 달라 크게 실망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에서 ‘검은 머리’ 따위의 표현을 할 것 같으면 앞으로 2세, 3세들이 자라났을 적에 지금 1세들이 갖고 있는 모국에 대한 사랑이나 인식이 지속될 수가 없다. 해외 동포들은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오늘도 열심히 노력하고 있는데 여기에 찬물을 끼얹는 발언이 나왔다는 것은, 더구나 중요한 위치의 공직자가 그랬다는 것은 실망보다는 한국의 앞날을 심히 걱정하게 만든다. 앞으로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기 위해선 문제의 발언을 한 당사자를 강력히 제재, 다시는 망언을 못하게 해야한다.
▲김영환 전 평통회장: 미국 살면서 미국인이나 타인종으로부터 차별을 받는다 해도 억울할 판에 같은 한국 사람끼리 이런 대접을 받는다 하니 황당할 뿐이다. 여기 있는 한인 1세들 대부분이 한국에서 피와 땀을 흘리고 나온 사람들이다. 6.25 전쟁 때 참전한 사람도 있다. 그런 이들도 한국에서는 그저 ‘검은 머리 외국인’이라는 게 개탄스럽기만 하다. 사실 세계에서 인종차별 제일 심한 곳이 한국이다. 지금 다른 나라 사람들이 한국 사람에 대해 어떤 인식을 갖고 있는지 아느냐. 부끄러울 따름이다.
▲장영준 전 한인회장: 우선 본국이 해외 있는 250만 한인들에 대해 보다 관심을 갖고 향후 지향점을 바로 세워야 한다. 지난번 IMF 때 우리 해외 한인들이 자발적으로 성금도 모으고 고국을 도왔는데 지금껏 고맙다는 말 한마디 들은 게 없다. 앞으로 우리에 대한 인식을 똑바로 하지 않으면 더이상 가만히 있지 않겠다. 이번 발언은 해외 한인을 아주 우습게 아는 것으로 한국 사람이 한국 사람에게 이렇게 멸시 당하는 건 참기 힘든 노릇이다. 이를 바로잡기 위한 무브먼트가 일어나야 한다.
▲신화준 현 체육회 고문: 우리 동포들이 지나치게 한국을 짝사랑하고 있다. 예를 들어 평통 같은 게 뭐 그리 대단하길래 가서 머리를 조아리고 굽신거리느냐. 말이 바른 말이지 그런 단체가 우리 커뮤니티에 영향을 미치는 게 뭐가 있느냐. 물론 더 큰 문제는 본국에 있다. 해외 한인들 그렇게 무시하면서 우수한 인재는 맞아들이려 하는,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런 걸 보면 우리가 2세들에게 뭘 가르치겠느냐. ‘검은 머리’라면서 비하하다가 영어 잘한다니 데려가려고나 한다.
▲김정일 한발협 이사: 여기 계신 분들 모두 예전 미국내 인종차별 발언에 투쟁했던 이들이다. 하지만 타인종으로부터 받은 차별보다 이번 검은 머리 발언이 더 상처가 됐다. 우리의 모국 사랑은 절대적인데 모국으로부터 이런 얘기를 들으니 충격이 아닐 수 없다. 김경준은 단지 범죄인일 뿐 다른 2세까지 비하하면 안 되는 것 아닌가. 2세들이 모국과 좋은 관계 맺기를 바랐는데 실망스럽다. ‘검은 머리’라는 표현은 ‘검은 머리 짐승은 거두는 게 아니다’라는 말에서 나온 것으로 사람을 짐승 취급하는 것이다. 정말 치졸하고 더러운 말이다. 여기 살고 있는 해외 동포들 대다수가 한국 물건을 사다 쓴다. 라면과 고춧가루에서부터 전자제품, 항공권과 자동차까지 한국 물건을 우선 사용하려 한다. 여기서 한국 물건 사주는 사람이 우리인데 그런 얘기를 할 수 있는 것인가. 봉윤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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