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에서 한인 운영 관광버스가 눈길에 미끄러져 한국 관광객 19명이 부상을 당했다. 버스는 매릴랜드 소재 한인운영 여행사 소속으로 지난달 31일 캐나다 몬트리얼에서 보스턴으로 내려오던 중 캐나다 접경 버몬트의 고속도로에서 사고를 냈다.
사고경위는 현재 조사 중이지만 당장 지목되는 것은 미끄러운 도로면과 운전속도. 관광객을 가득 태우고 겁도 없이 눈길을 과속으로 달리다가 버스가 전복되었다는 말이 된다.
관광객은 모두 한국에서 온 사람들로 대부분 60대 이상의 노인들. 지난달 25일 뉴욕에 도착한 후 7박8일 일정으로 미 동부-캐나다 관광길에 나섰다가 사고를 당한 것이었다.
낯선 타국에서 여행길이 황천길이 될 뻔했으니 한동안 이들은 ‘미국 관광’ 말만 들어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게 될 것이다.
이 정도의 심각한 사고는 아니지만 ‘단체 관광’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사람들은 한인사회에 여전히 많이 있다. 단체 관광 중 식사나 숙박시설에 대한 불만은 나중 문제이고, 안전과 직결되는 관광버스와 관련한 불쾌했던 기억들이 한인사회 내에는 아직도 없어지지 않고 있다.
이번 사고 소식이 전해지자 “기어이 일이 터졌다”는 반응이 나오는 것은 그런 이유 때문이다.
70대의 P씨는 몇 년 전 라스베가스 단체 관광버스에 올랐다가 후회막급의 경험을 했다. 저렴한 비용으로 밥 먹여 주고 재워준다는 말에 몇몇 친구들과 함께 여행길에 나섰다. 노인들을 주 대상으로 한 일명 ‘카지노 관광’이었다.
느긋한 기분으로 차창 밖 네바다 사막 풍경을 즐기고 있는 데 갑자기 도로 한가운데서 버스가 서버리면서 ‘악몽’은 시작되었다. 운전기사 말로는 엔진 과열로 차가 움직일 수 없다며 일단 버스를 갓길로 옮겨야 한다는 것.
할 수없이 버스안의 노인들은 모두 내려 사막의 땡볕 아래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버스를 갓길로 밀었다. 그리고 나서 정비 차량이 도착한 것은 수 시간 후. 한증막 같은 버스 안에서 노인들은 사우나 아닌 사우나를 감수해야 했다. 지금도 그 때 일을 생각하면 화가 난다고 그는 말한다.
지난 가을 남가주의 한 여성합창단 역시 ‘특별한 관광’을 했다. 뉴저지의 한 정비소를 몇 시간씩 구경하는 관광이었다.
일행은 워싱턴 D.C에서의 공연을 앞두고 뉴욕 일대를 3박4일 일정으로 단체관광을 하던 중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오전 관광 중 운전기사가 30여명 일행에게 아무런 말도 없이 전혀 예정에 없던 곳으로 가는 것이었다.
그 지역 지리를 모르는 일행은 어디로 가는 줄도 모르고 앉아 있다 보니 도착한 곳은 자동차 정비소. 그 전날 관광 중 사이드 미러가 깨져서 그걸 고쳐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런 일이 어디 있느냐”며 항의하는 일행에게 운전기사는 ‘잠깐이면 된다’고 양해를 구했지만 수리가 끝나는 데는 서너 시간이 걸렸다. 일행은 점심을 쫄쫄 굶은 채 예정된 관광도 못하고 자동차 정비소 구경하며 그날 오후를 보내야 했다.
경기침체 여파가 여행업계라고 비켜 갈 리가 없다. 이럴 때일수록 업계를 살리는 것은 고객들의 신뢰이다. 최소한 버스가 언제 설지, 어디로 갈지 몰라서 불안한 일은 없어야 하겠다. ‘싼 값’이 다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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