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시골교회 목사님이 책을 냈다. 가벼운 에세이가 아니라 장편소설이다. 그것도 베트남전을 소재로 한 묵직한 전후담(戰後談)이다.
리북에서 펴낸 ‘우리들의 교향곡’은 주경로 목사(57)의 전쟁과 인간에 대한 근원적 성찰이 장(章)을 메우고 있다.
작가는 차이코프스키의 교향곡 4번을 패러디해 제목을 달고 소설의 건축을 시도했다. 운명과 비애, 혼돈과 환희로 된 4부는 그 음악에 흐르는 극도의 멜랑콜리한 감성과 광적인 정열사이의 갈등이 교차하며 전개된다.
월남전 용사였던 인철과 소대장 혁수의 우연한 만남, 전투 중 부상을 입은 인철을 버린 소대장과 역시 불구가 된 혁수. 교향곡이 그러하듯 소설은 막다른 갈등의 골목으로 몰아치다 미군에 의해 살포된 에이전트 오렌지(고엽제)의 피해자로 서로를 인식하며 전환을 이룬다.
작가는 “전쟁은 언제나 승자가 있을 수 없으며 모두 피해자일 뿐”이라며 “젊은 날, 선택으로 다가온 운명이 주는 상처에 적응하며 살아가는 것이 삶임을 드러내고자 했다”고 집필 이유를 밝혔다.
‘우리들의~’는 또한 고엽제 후유증을 앓는 두 주인공을 통해 전쟁의 부당성과 함께 생태계 파괴에 대한 우려도 담고 있다. 그는 “대량 살상무기들이 인류의 생존에 얼마나 큰 위협이 되는지를 보여주려는 뜻도 있다”고 말했다.
작가가 이처럼 전쟁이란 소재를 통해 화해의 정신과 환경의 문제를 제기한 것은 그의 삶과 무관하지 않다.
육군 제3사관학교 7기인 그는 1972년 소위로 임관해 중령으로 예편한 예비역 장교. 임관 무렵 한국군의 철수로 월남전에는 참전하지 못했지만 그는 주위의 숱한 체험담과 상상력을 바탕으로 전쟁의 어둠을 정밀하게 그려낼 수 있었다.
대대장과 주미대사관 군수무관을 지낸 그는 예편 후 신학의 길로 삶의 이정표를 돌렸다. 와싱톤중앙장로교회에서 봉직하다 7년 전 버지니아 해리슨버그로 낙향했다. 현재는 우드스탁 지역에서 닭 농장을 위탁운영하면서 인근의 해리슨버그 한인장로교회를 담임하고 있다.
목회와 노동을 병행하고 있는 그에게는 닭똥 냄새마저 감미롭다 한다. “남들은 닭똥 냄새난다지만 저에게는 그게 돈 냄새입니다. 땀 흘려 일해야 시골교회를 운영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작가는 다음달 10일(토) 출판을 기념하는 사인회 및 일일찻집을 연다. 이날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애난데일의 알라딘 서점 2층 북 카페에서다. 이 행사의 수익금은 지난해 구입한 교회 보수를 위해 사용될 예정이다.
주경로 작가는 경희 사이버대 문예창작학과에서 문학수업을 받았으며 미주한국일보 문예공모전에서 단편소설로 입상했다. ‘우리들의 교향곡’은 이 시골 목사님의 첫 장편소설이다.
문의 703-642-2687, 540-335-8653.
<이종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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