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발 차이
나의 남편은 군대얘기 하는 걸 참 좋아한다. 그의 군대 고생담에는 몸으로 체험한 삶의 지혜가 묻어 나온다. 맨 처음에 들을 때는 나도 참 재밌어 했다. 다 큰 남자들이 똑같이 단순해지고 유치해지는 군대생활이 웃기고 신기해서다.
그런데 그것도 한두번이지 4년동안 반복하니까 지겨워서 노골적으로 듣기 싫은 티를 낼때도 남편은 끊질 않는다. 그중 하나가 구보행진에 대한 거다. 1000여명이 두줄로 열을 맞춰서 3일 밤낮을 밥만 먹으면서 걸었다는 단순한 얘기다. 여기다 남편은 흥미로운 사실을 붙인다. 똑같은 속도로 걷는데, 앞줄은 걷지만 뒷줄은 항상 뛴단다. 그래서 대장이 선두를 돌아가면서 세운단다. 얘기를 듣고 보니, 그런 경험은 나도 했다.
등산할 때, 앞에 가면 뒤에 가는 것보다 훨씬 덜 힘들다. 그래서 나는 산에 오를때마다 뒤쳐지지 않으려고 기를 쓰고 앞서 갔다. 왜냐면 탈락자는 앞에서 나오는 게 아니라 뒤에 쫒아가는 사람들 틈에서 나오는 걸 알기 때문이다.
목표 지점에 도착하는 것은 같을지 모르나 한발 앞서 가는 것과 한발 뒤서 가는 과정은 하늘과 땅 차이다. 내가 갈 방향을 보고 가는 사람과 그 뒤를 따라가는 사람의 마음은 다를 수 밖에 없다. 군인들이 행진할 때, 또 하나 재미있는 것 중 하나가 밤에 꼬부라진 길을 걸을 때다.
그때마다 뒷줄에서는 꼭 ‘철퍼덕 철퍼덕’, 큰 덩치들이 차례로 길바닥에 고꾸라지는 소리가 난단다. 면서 앞사람 철모만 보고 가다 앞사람이 사라지니 길을 잃은 것이다. 나도 당장 앞에 닥친 일에만 코박고 있다가 그렇게 넘어질 때가 많다. 그때마다 남편은 항상 말한다. ‘한발만 앞서 가라’. 내게는 요즘 한발 뒤에서 쫒아가느라고 고생하는 일이 하나 있다. 1년 넘게 누적되어 온 마이너스 살림이 그것이다.
한번 뒤쳐지니까 따라잡기 정말 힘들다. 당장 닥친 payment들이 내게는 앞사람 철모다. 거기에 코를 박고 있어서 고개를 옆으로 한번만 돌리면 볼 일들을 못본다. 그러니까 사는 게 더 고달프다. 그런데 생각해보니까 그건 내가 못 보는 게 아니다. 안 보는 거다. 왜? 게으르니까. 그래서 게으르면 힘들다. 안 게으르면 안 생길 일들이 생기니 힘들다.
그래, 한발만 앞서 가자. 그래야 덜 넘어진다. 그리고 부지런하자. 그게 편한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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