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기고
강선옥 / 리치몬드 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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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년이 훨씬 지난 색바랜 사진 한장.
넙적한 남자 고무신을 신고 상고머리를 한 두 여자 아이들이 꽃바구니를 들고 앞쪽 줄에 서있고 그 뒷줄에 머리를 짧게 깎은 신랑과 머리에 꽃을 단 신부, 그 옆에는 신랑, 신부들의 들러리들이 모두들 무표정하게 서있다.
그것은 나의 외삼촌과 어머니의 하나밖에 없는 동생이 함흥의 어떤 지하교회에서 몰래 올린 결혼사진이다.
어머니는 가방속에 성경책과 나란히 그 사진과 여비 몇푼을 봉투에 넣어서 동생을 만나러 가실날 만 학수고대 하신다. 당신을 함흥역에만 내려놓으면 버스를 타고 동생집에 가실 수 있다며 계속 자녀들에게 조르신다.
약간의 치매증세를 보이시는 어머니께서는 과거와 현재의 시간과 공간사이를 방황하시는 것 같다. 팔순이 넘으신 남동생이 아직도 어머니의 기억에는 어리고 약한 소년으로만 비춰지는가 보다.
한반도 지도를 그려가며 38선이 가로막혀 갈수 없다고 아무리 설명을 드려도 어머니께서는 가슴을 치시며 그렇게 말하는 우리들이 답답하다고 하신다.
한동안 조용하시던 어머니의 눈에 눈물이 가득 고였있다. 어쩌면 어머니는 일부러 자신의 한많은 상처를 사라져가는 기억의 저편에서 끄집어 내시는지도 모르겠다.
육남매를 기르시느라 고생하신 그 인고의 세월을 우리는 어떻게 보상해 드릴까. 성경책을 줄줄 외우시고 기도로서 하루의 시작과 끝을 맺으시던 그 총명한 기억력은 어디로 사라졌는지…
사랑합니다,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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