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땅
중국 사천성에서 땅이 엄청나게 흔들렸답니다. 붕괴된 건물들과 그 잔해 더미 밑에 처참하게 깔려 숨진 사람들의 모습을 보니, 지진 가능성이 큰 베이 지역에 사는 주민으로서 영 남의 일 같지가 않습니다. 어떻게 쌓아온 것들인데 그처럼 한 순간에 무너져 내릴 수 있을까요… 막강한 인력의 덧없음, 질긴 인생의 무상함을 다시 한번 절절히 느끼는 요즘입니다. 그와 동시에 겁도 납니다. 자신의 힘으로 무슨 대단한 것을 이루겠다며 천년 만년 살 것처럼 거들먹거리는 인간의 교만을 한 방에 날려 버리기에 충분한 그 어떤 힘에 대해서 말이죠.
흔들리는 땅… 생각만 해도 오금이 저립니다. 땅이, 모든 것을 받쳐주며 늘 쥐 죽은 듯 고요하게 있어줘야 할 바로 그 땅이 반란을 일으키다니요. 자기를 들입다 믿고 살아가는 모든 것들을 상대로 무자비하게 체질과 키질을 해 댄다는 게 얼마나 끔찍한 일입니까. 우주인 마냥 공중에 붕붕 떠다니며 살아가지 않는 한, 우리 삶의 기초는 어디까지나 땅인데, 거기서부터 시작인데, 그게 온통 흔들려 버린다면 그 위에 있는 것들의 운명은 자명한 일일 테죠.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일은 아예 제쳐두고 사는 성미인지라 그럭저럭 편하게는 삽니다. 하긴 허구한 날 땅 흔들릴까 걱정되면 당최 뭘 할 수 있겠어요. 땅이 늘 그렇게 잠자코 있어주려니 믿기에 집도 샀지요, 예쁜 꽃도 심었지요, 발을 탕탕 구르며 걸어 다니고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얼마 전, 한국 학교에서 ‘공든 탑이 무너지랴?’라는 속담을 가르치는데, 어느 학생 왈, “무너질 수 있어요, 지진이 일어나면요…” 하더군요. 속담의 원래 의미에서 벗어난 좀 김새는 발언이긴 했어도 틀린 말을 아니었습니다. 아니, 선생인 저를 도리어 가르친 말이었습니다. 그렇죠. 역시 아이에게 가서 배우라는 말이 일리가 있는 겁니다. 땅 위에 있는 모든 것들의 견고함을 논할 때는 결국 ‘흔들림이 없는 기반’이 전제 조건이 되야 한다는 것이 그 학생의 요지였던 겁니다.
오늘은 아이들이 좋아하는 ‘젱가’라는 나무토막 쌓기 놀이를 함께 했습니다. 균형을 잃고 와르르 무너지는 나무 조각들의 소음이 꽤나 시끄럽더군요. 마음이 급한 작은 아이는 밑의 균형은 생각도 않은 채 무조건 나무 토막들을 위에 올려 놓기에만 급급합니다. 아이구, 녀석아, 밑을 생각해, 밑을… 하는데, 내 속에서 한 소리가 들립니다. 그러는 넌?…
너는 삶의 조각들을 그저 그날 그날 쌓아 올리기에만 급급하지 않은가? 균형을 이루는가? 모양은 제대로 만들어가고 있는가? 아니, 그 무엇보다도 우선해서 절대 흔들림 없는 단단한 터 위에 서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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