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려놓음
지난 주말, 캠핑을 갔습니다. 출발하는 날, 남편은 일 때문에 밤을 꼬박 샌 상태였고 저는 이사짐을 싸느라 몸이 무거웠습니다. 하지만, 1년 반만인 자연속으로의 외출에, 둘은 마음이 들떠서 피곤도 모른채 4시간여 거리의 북쪽 바닷가를 향해 콧노래를 부르며 달려갔습니다. 가면서 우리는 약속을 하나 했습니다. 휴대전화를 끄고 시계를 보지 말자는 것이었습니다.
캠핑 장소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6시경, 모닥불부터 피우고 텐트를 친 다음 배꼽시계에 맞춰서 먹고 놀다가 밤이 깊어 졸리니 자고 해가 뜨고 눈이 떠지니 일어났습니다. 참 자유로웠습니다. 다음날 먹거리를 꾸려가지고 바닷가로 소풍을 갔습니다. 숲속을 걸어 가면서 ‘ 몇시일까?’ 궁금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참지 못해서 시간을 확인하고 말았습니다.
우리는 세상 시간표에 민감한 분위기에서 삽니다. 학생 나이에 학교에 다니지 않으면 사회로부터 소외되고 직장을 잡을때는 나이제한에 걸리지 말아야 합니다. 결혼 연령을 넘기고도 혼자면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노처녀 노총각으로 불립니다.
승진 순서는 입사 순서에 따르고 퇴직에 대비해서 노후대책이라는 때에 올라 타야 합니다. 세상이 정해놓은 시간표 보다 앞서 가면 부지런한 사람이고 늦으면 게으른 사람 취급을 받기도 하고 합니다. 나이에 걸맞는 옷차림과 말투도 있어서 거기에서 벗어나면 ‘나이값 하고 살라’ 는 조심어린 충고도 듣습니다. 저와 남편은 이런 세상 시간표대로 살아가는 것을 ‘철드는 것’이라고 표현합니다. 철들면 모험을 안하게 되고 모험이 없으니 눈에 보이는 삶에 자족하며 살아가는 법을 터득합니다. 이런 걸 놓고 우리는 죽을 때를 기다리는 삶이라고도 부릅니다. 그래서 만든 우리집 가훈이 ‘ 철들면 죽는다’ 입니다.
짜여진 세상 계획표대로 살아가든 우리 나름의 속도로 살아가든, 옳고 그른 건 없습니다. 선택이 있을 뿐입니다. 우리의 속도를 추구하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자유’의 맛을 봤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캠핑을 가 단 하루를 참지 못하고 시간이 궁금해 진 나를 보니까, 내 속도대로 산다고 하면서 세상 속도에 한 발을 걸치고 있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서울사는 친구가 책을 한꾸러미 사서 보냈습니다. 그중 몽골에 있는 이용규 선교사가 쓴 ‘내려놓음’이라는 책을 손에 들었다가 단숨에 읽어 내렸습니다. 책은 크리스챤의 삶은 시간까지도 하나님께 내려놓고 하나님의시간표에 순종하는 삶임을 제게 알려주었습니다.
하나님께 맡기는 것은 둘째치고 세상의 시간표를 안전장치로 움켜쥐고 사는 나. 그렇게 움켜쥐고 있는 것이 어디 시간뿐일까요? 내려놓고 사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