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방학을 맞아 상하이에서 시애틀을 방문중인 중국학생과 지원대학 선정을 위해 상담을 했다.
학습 스타일은 강의식과 토론식 중 무엇을 선호하는지, 대도시와 시골 중 어디에 위치한 대학이 마음에 드는지, 추위와 더위 중 어떤 날씨에 적응이 쉬운지 등 10여가지 물음에 대부분 ‘차부뚜어’라고 답했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좋으면 좋다, 싫으면 싫다로 표현하기 보다 “별차이가 없다”는 뜻을 가진 ‘차부뚜어(差不多)’로 말하는 것은 중국인의 속성이었다. 내일 있을지도 모르는 아주 작은 가능성을 위해 오늘 지나친 흑백논리적 언행을 삼가는 것이다.
한편, 한인 학부모들 사이에는 “아이비리그에 가지 못할 바에야 구태여 먼 곳까지 갈 필요가 없다,” “들어본 대학은 괜찮고 들어보지 못한 곳은 좋은 대학이 아니다,” “입학 경쟁률이 높으면 우수하고 낮으면 별 볼일 없는 대학이다”는 고정관념이 있다. 이 모두 흑백논리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아이비리그 대학들이 여학생을 받아 남녀공학이 된 것은 1969년부터다. 40년이 지난 지금까지 이들 대학은 여성 국회의원을 몇 명이나 배출했을까. 20명?, 10명?, 5명? 아니다. 한 명도 없다.
한편, 웰레슬리, 브린모어, 스미스, 바나드, 마운트홀리욕 등 많은 사람들의 “귀에 익지 않은” 여자대학에서는 여성 의원의 30%이상을 배출했다.
또한, 올해 시카고 대학 합격률은 36%로 비교적 높다. 이유는, 학문 수준이 아이비리그 대학에 비해 떨어져서가 아니라 40쪽이 넘는 지원서와 피가 마르도록 공부시키는 악명(?)에 지레 겁을 먹고 소수정예만 지원하기 때문이다.
‘한국 상황에 맞는 11가지 마케팅 불변의 법칙’이라는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소비자는 구매 결정에 대한 자신감이 비교적 약해서 남들이 선택하는 것을 선호하는 집단주의 성격이 강하고, 입 소문을 중요시 한다. 대학 선정도, “누가 어느 대학에 갔다더라, 그 대학이 좋다더라”로 남을 의식하고 의존해서 결정한다.
흑백논리도 타인의존도 접을 때가 되었다. 3-4-3전법도 버려야 한다. 즉, 학교성적과 표준시험 점수로 보아 합격 가능성은 10%도 안되지만 요행을 바라고 지원하는 대학 3개, 50%이상 가능성 있는 현실적인 대학 4개, 그리고, 안정권 3개를 가려내 지원하는 방법이다.
요즘처럼 경쟁이 심하고 등록금이 5만 달러에 이르는 시기에 3-4-3 전략이 가진 문제는, 처음 3개 대학은 당연히 안되고, 4개 대학 중 한군데서라도 합격 통지서가 오면 다행이다.
그리고, 안정권 대학에는 합격하더라도 애초에 등록할 의향이 없기에 결국, 한 두 개를 놓고 결정해야 하는 불상사가 난다. 해서, 머리와 꼬리는 잘라내고, 수준과 취향에 걸맞고, 최대한 장학금과 재정보조를 받을 수 있는 대학 10~12곳에 집중 지원하여, 6~7대학으로부터 입학 허가를 받으면, 학자금 제공 정도를 비교하여 마지막 결정을 해야 한다.
세상은 X 아니면 O로 구성되지 않았다. ?도?있고 ?도 있다. 흑백논리나 타인의존이 틀렸거나 잘못된 것은 아니다. 다만, 조금이라도 미래의 가능성을 열어둔 “차부뚜어”와 비교할 때, 그것은 심각하게 선택의 폭을 줄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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