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상 디자이너 윌라 김. 고 김영욱 대령 다큐 제작
토니상을 두 차례나 수상한 브로드웨이 최고의 의상 디자이너인 윌라 김(왼쪽)의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고 있는 드림빌 엔터테인먼트의 한혜정 대표.
한국 독립 다큐멘터리의 대부인 김동원 감독은 80년대 ‘상계동 올림픽’을 제작하며 판자촌 철거민들과 1년 반이 넘게 함께 생활하고 함께 투쟁했다. 하와이 영화제 대상을 받았던 뉴욕의 이호섭 감독은 ‘그날 이후’를 만들면서 미군과 결혼한 한인 여성의 피맺힌 사연을 얻기 까지 몇 달이 넘는 기간 동안 한 장면도 찍지 못한 채 주인공 할머니의 뉴저지 자택을 매일같이 드나들었다. 다큐멘터리는 만드는 주체와 대상간의 신뢰와 애정의 정도에 따라 작품의 질이 결정되는 장르이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가장 성공한 한인으로 꼽을 수 있는 의상 디자이너 윌라 김씨와 동생 고 김영욱 대령의 다큐멘터리를 동시에 제작하고 있는 한혜정 드림빌 엔터테인먼트 대표 겸 프로듀서는 그 점에서 좋은 작품을 만들 수 있는 조건을 갖춘 셈이다. 한마디로 아름다운 사람이라고 윌라 김씨를 표현한 한 대표는 촬영하고 있는 대상에 자신이 진정으로 매료되어 있음을 고백했다.
한국 나이로 올해 93살인 김 선생님은 여전히 일에 대한 의욕이 넘쳐 나는 진정한 프로 디자이너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정말로 예술을 사랑하고 순수한 마음을 가진 여성입니다. 그래서 외모도 여전히 아름다운 것 같아요. 한 대표는 그래서 김씨에 관한 숱한 언론의 인터뷰 내용이 대부분 업적 위주인 것을 안타까워했다. 그는 김 선생님은 절대 마음을 쉽게 여는 분은 아니지만 일단 터놓기 시작하면 그렇게 유머러스한 사람을 만나기도 쉽지 않다며 그녀가 가진 인간적인 매력이 돋보이는 인터뷰 기사를 꼭 써달라고 당부하기까지 했다. 이미 반년 넘게 촬영을 진행한 한 대표도 여전히 1시간의 촬영 분량을 얻기까지 최소한 6시간의 ‘워밍 업’이 필요하다는 말도 덧붙혔다.
한 대표가 먼저 기획한 것은 미국 명예 훈장에 빛나는 동생 김영욱 대령에 관한 작품이었지만 프로덕션 일정상 지난해 한국을 찾은 윌라 김씨의 촬영을 먼저 시작했다. 무대 공연의 오스카상으로 불리는 토니상을 두 차례나 수상했고 90이 넘는 노령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브로드웨이의 러브콜을 끊임없이 받고 있는 윌라 김씨의 인생은 그 자체로 풍부한 이야기 거리가 넘쳐난다. 또한 그의 이야기를 담는 동안 그와 함께 일했던 브로드웨이 스타들의 역사가 함께 담기게 된다. 더구나 그는 독립운동가의 자손인 이민 1세대이기도 하다. 어떤 소재를 접하면 본능적으로 이건 얘기가 되겠다”하는 감이 온다는 한 대표 같은 ‘선수’가 이런 스토리를 놓쳤을 리 없다.
제작에 들어가며 한 대표가 정했던 목표는 한국에 윌라 김, 김영욱 남매라는 자랑스런 한인이 있다는 사실을 더 많이 알리는 것 그리고 미국에 있는 어린 동포들에게 롤 모델을 제시하는 것이다. 한 대표는 유태인과 중국인 다음으로 다양한 다이애스포라(Diaspora)를 형성하고 있다는 한국인이 유독 외국에서 활동하는 같은 한인에 무관심하고 평가에 인색한 것이 무척이나 아쉽다며 이번 작품을 통해 한국에서 이들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함께 자랑스러워 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또한 자라나는 2세, 3세 한인들에게 희망과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훌륭한 어른이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켜주는 것도 보람된 결과가 될 것이다.
한 대표가 이번 프로젝트를 기획할 수 있었던 것은 이 같은 목적의식 외에도 뉴욕과 서울에서 동시에 활동할 수 있는 개인적인 역량이 뒷받침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92년부터 5년간 뉴욕대 영화과 대학원과 파슨스 디자인 스쿨에서 공부했고 NBC 방송국에서 근무한 경력을 갖고 있다. 2003년 한국에 드림빌 엔터테인먼트를 설립했을 때부터 횡포에 가까운 방송국의 외주에 의존하는 ‘앵벌이식’ 시스템이 아닌 사전제작 방식의 독립 프로덕션을 택했고 국제적으로 상영될 수 있는 프로젝트만을 고집했다.
해외시장을 목표로 초창기부터 뉴욕에 지사를 두고 현재는 상하이와 싱가폴, 동경까지 지사를 확장했다. 직원들 월급 주기가 버거운 초반의 어려움을 극복한 뒤 디스커버리, 내셔널 지오그래픽, BBC 등 유수의 해외 방송국의 계약을 따내며 역량을 키웠고 2006년 아시아의 슈퍼스타 ‘비’의 매디슨 스퀘어 가든 공연을 집행하며 회사의 이름을 크게 알렸다. 지난 5월 24회 LA 아시안아메리칸 영화제에서 관객상을 수상했고 현재 진행 중인 뉴욕 아시안영화제에서도 큰 호응을 얻었던 크리스틴 초이 감독의 ‘롱 스토리 숏’와 ‘시네마 코리아’ 역시 드림빌이 제작한 다큐멘터리다. 드림빌은 현재 호주ABC 방송국과 쓰나미 관련 재난 드라마를 기획 제작 중에 있으며 비보이 다큐를 제작한 경험을 살려 12월중 뉴욕에서 비보이 공연을 예정중이다.
흥미롭게도 한 대표의 열정적인 활동의 근원이 되는 것은 ‘소명의식’이다. 드림빌이란 회사명 자체가 ‘하나님의 꿈이 이루어지는 마을’ 이란 뜻. “하나님이 좀 더 큰 것, 좀 더 좋은 것을 만들라고 요구한다”는 한 대표는 “전 세계 극빈지역의 아이들을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양육하는 자선기관 컴패션의 후원기업으로서 가난한 지역의 아이들이 빵 뿐만이 아니라 꿈을 키워갈 수 있는 터전을 만들어 주는 것이 드림빌의 비전”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할리웃 스튜디오들과 활발하게 영화와 드라마를 기획하고 있는 드림빌의 계획이 차근차근 진행된다면 내년 하반기에는 드림빌 제작의 영화를 극장에서 만날 수 있을 것이다.
<박원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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