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성
피부관리 국제면허 소지자
멜라닌 이야기 (5)
하얀 피부
얼굴이 또 온 피부가 백옥같이 잡티 하나 없이 하얗다면 그건 행복한 일일까. 그런 사람들도 있긴 있다.
그런데 그런 사람들은 백색증(Albinism)이라는 유전 질환에 의해 그렇게 하얀 것이다.
백색증은 신체 내에 멜라닌(색소)을 만들어내는 멜라노사이트(Melanocyte) 세포가 전혀 없기 때문에 아무리 태양에 노출되어도 전혀 검게 탈 수가 없다.
오히려 피부를 자외선으로부터 보호할 아무 능력이 없기 때문에 태양에 몹시 민감하여 일광 화상을 입기 십상이다. 심한 경우에는 눈동자에 조차 검은 빛이 없어 눈동자가 빨갛게 보인단다.
이것은 눈동자 안쪽의 혈관이 고스란히 내비쳐 보이기 때문이다. 사람의 눈동자도 그 사람의 멜라노사이트 세포에 의해서 검게 푸르게 혹은 갈색으로 결정지어 진다. 그런데 어떤 빛깔의 눈동자도 일단 죽고 난 후에는 모두 같은 색으로 검게 변한다고 하니 이 또한 재미있는 일이다.
하얗고 깨끗한 피부를 선호하는 여성을 상담한 적이 있다. 본인의 피부에 대한 자부심도 대단하여 환자 자신의 피부 관리법에 충분히 만족한 나머지 상담은 쉽지 않았다.
과연 피부 측정기로 찍어본 그녀의 피부는 하얗고 잡티도 거의 없었다. 그렇게 하얀 피부를 유지하기 위해 아무리 짧은 거리도 양산을 쓰고 심지어는 마스크까지 하고 다닌다고 했다.
한마디로 “태양”이라면 진저리를 치는 것이었다. 대단한 노력과 열성임에 틀림없다. 그런데 대화하며 바라보게 되는 그녀의 얼굴은 그냥 하얗기만 했다.
건강하게 보이지도 활기를 느낄 수 있는 어떤 에너지도 보이지 않았다. 창백하게 하얀 얼굴위에 목소리와 표정 등을 두루 합친 그녀의 전체적인 느낌은 그냥 “우울” 그 자체였다. 그 때부터 우리는 도대체 어떤 느낌을 주는 빛깔의 하얀 피부를 선호하는 것일까 가끔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는 또 가끔 오래전부터 전해오는 “복숭아 속살 같은 피부”라는 표현에 공감하게 된다.
제대로 익은 수밀도의 껍질을 상처 없이 벗겨내면 보이는 말끔한 속살. 하얀색에 조금의 노르스름한 색과 또 조금의 붉은 색이 섞인, 그리고 가득 물기를 머금은 그런 하얀색. 그뿐인가.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상상이 가는 달고 싱그러운 맛에 아무런 거북함이 느껴지지 않는 부드러움으로 씹을 필요조차 없는 질감. 이것이 복숭이의 아름다움이고 그 아름다움은 비단 모양만이 아닌 맛과 느낌까지 포함되어야만 완성되는 것 같다.
그래서 조상님들이 전해주신 고운 피부라는 개념은 오로지 티 없이 하얗기만 한 피부가 아니라 하얀 빛깔에 생기와 적당한 혈색이 받쳐주는 건강함이 함께 느껴지는 피부라는 뜻일 것이다.
자외선이 아무리 무서워도 하얀 피부가 아무리 좋아도 태양을 아주 등지고 살지는 말자.
새벽을 가르면 떠오르기 무섭게 온 세상을 밝히는 태양은 “새로운 시작”과 동의어이다. 새로운 빛과 새로운 에너지로 온 세상의 만물을 키우고 열매 맺게 하는 태양이야 말로 우리의 생명의 근원이다. 그래서 나는 해가 긴 여름이 좋다. 저녁 8시가 훨씬 넘어도 날빛이 가득 남아있는 하지가 일 년 중 가장 행복한 날이다. 다만 태양을 즐기되 현명하게 피부를 보호하며 노화를 지연시켜 가급적 곱게 나이를 먹어가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말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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