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드웨이 뮤지컬을 난생 처음 접한 한 외국 관객은 “이 세상에 재밌는 것은 한 곳에 다 모인 것이 뮤지컬”이라고 감탄했다고 한다. IMF 시대라고 불리던 경제난이 차츰 회복되던 2000년대 초반 한국의 한 방송사는 어려운 시기에 고생했던 직원들에 대한 포상으로 브로드웨이 뮤지컬 관람 경비를 지급해 화제가 됐다. 한국 대중음악의 제왕 조용필은 브로드웨이 뮤지컬을 처음 본 감동을 잊지 못해 창작 뮤지컬 제작에 수 년의 시간을 쏟았었고 여전히 일생의 목표라고 밝히고 있다.
가장 미국적인 엔터테인먼트인 브로드웨이 뮤지컬은 이처럼 단순한 오락물이 아닌 관극 행위 자체가 많은 이들에게 일생에 몇 번 오지 않는 큰 이벤트가 되기도 하고 평생 남는 추억이 되기도 한다. 뉴욕에 거주한다는 것은 그런 면에서 큰 혜택이지만 만만치 않은 티켓 가격과 바쁜 일상 때문에 뮤지컬 한편 보지 못하고 2~3년이 훌쩍 지나가 버리는 경우가 흔하다. 그런 관객들에게 다행인 것은 좋은 뮤지컬일 수록 장기 상영을 해 관람의 기회가 넓다는 것과 새로운 공연이 끊이지 않는다는 것. 가을 시즌 새롭게 선보이는 뮤지컬과 개봉 한 지 몇 달이 채 지나지 않은 ‘따끈따끈’한 화제작들을 소개한다.
* 빌리 엘리엇(Billy Eliot)
헤어 스프레이나 그리스처럼 영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뮤지컬이다. 수년전 큰 성공을 거둔 동명의 영국 영화가 원작으로 노동자 계급의 아들 빌리 엘리엇이 많은 악조건 속에서도 발레리노로 성공하는 내용이다. 댄서가 되려는 아들을 반대하다가 나중에는 가장 든든한 후원자로 나서는 노동자 아버지의 부정이 훈훈하다. 원작 영화의 감독과 작가, 안무가가 모두 이 프로덕션에 합류했고 무엇보다 팝의 제왕 엘튼 존이 작곡한 음악이 기대된다. 10월 개봉. Imperial Theatre. 249 W. 45th St.
* 두 도시 이야기 (A Tale of Two Cities)
프랑스 혁명을 배경으로 한 찰스 디킨즈의 서사극을 원작으로 한 에픽 뮤지컬이다. 혁명의 와중에 체포되어 바스티유 감옥에서 17년을 복여하고 나온 주인공 마네 박사와 그 가족들의 이야기. 정의와 복수를 다룬 정극으로 레 미제라블의 분위기를 연상케한다. 원작은 200만부 이상 팔린 베스트셀러이며 플로리다에서 이미 초연해 매진 관객을 기록했다. 9월 개봉. Al Hirschfeld Theatre. 302 W. 45th St.
* 타이틀 오브 쇼 (Title of Show)
브로드웨이 뮤지컬 치고는 너무나 작은 규모와 캐스트지만 시종일관 재기발랄함으로 유쾌한 감동을 선사한다. 단 네 명뿐인 캐스트와 한 명의 뮤지션이 90분간을 이끌어간다. 뉴욕뮤지컬페스티벌에서 브로드웨이 입성한 첫 작품이며 2008-2009 시즌 첫 작품이라는 점에서 개막전부터 눈길을 끌었다. 또한 이번 시즌 유일하게 원작을 두지 않은 오리지널 뮤지컬이기도 하다. 젊은 창작자 헌터와 제프가 오리지널 뮤지컬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담고 있다. 작품 안에서 헌터와 제프 역으로 출연하는 헌터 벨(Hunter Bell)과 제프 보웬(Jeff Bowen)은 실제 이 작품의 극작가와 작곡/작사가이기도 하다. 7월 개봉. Lyceum Theatre.149 W. 45th St.
* 13
뉴욕에서 태어나고 자란 13세 소년 에반 골드만이 부모의 이혼으로 타주로 이주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성장기 드라마. 거의 모든 캐스트가 10대인 틴에지어 뮤지컬로 순수한 우정과 꿈, 변하지 않는 소년의 감정 등이 ‘스탠바이 미’를 포함해 우리가 친숙하게 보아왔던 성장기 영화를 연상케 한다. 9월 개봉. Bernard B Jacobs Theatre. 242 W. 45th St.
* 나인 투 파이브 (9 To 5)
80년대 흥행에 성공한 영화를 원작으로 한 또 하나의 뮤지컬. 제인 폰다와 함께 주인공으로 출연했던 컨트리 스타 둘리 파튼이 부른 주제가 역시 빌보드 챠트 정상을 장기간 차지했다. 속물적이고 남성 우월주자인 직장 상사에 맞서 3명의 여직원이 벌이는 통쾌한 복수를 다룬 코미디물이다. 둘리 파튼이 불렀던 주제가는 물론 메인송이다. 2009년 3월 개봉 예정. Marquis Theatre.1535 Broadway @ 46th St.
* 록 오브 에이지 (Rock of Ages)
엄밀히 말하면 오프 브로드웨이 작품으로 분류될 수 있다. 아바, 비치 보이스, 비틀즈 등 추억의 팝송들이 브로드웨이를 휩쓸고 있는 요즘 80년대 록 음악의 대표적인 히트 곡을 총 망라해 뮤지컬로 제작된 작품이다. 저니, 스틱스, 본 조비, 포리너, 포이즌, 트위스티드 시스터, 아시아,
조안 제트, 화이트 스네이크 등 삽입곡을 부른 밴드의 면면이 눈이 부실 지경이다. 예전에 ‘록 좀 들었다는’ 팬들이라면 단지 음악을 듣기 위해서라도 극장을 찾을 듯하다. 10월 개봉 New World Stages Stage. 340 W. 50th St.
* 기존 상영작 티켓 판매 순위(Broadway.com 기준)
1위:위키드 2위:맘마미아 3위:라이온 킹 4위:오페라의 유령 5위:남태평양 (South Pacific) 6위:저지 보이스 7위: 인어공주 8위:인 더 하이츠(In the Heights) 9위:헤어 스프레이 10위: 그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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