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남 땅끝마을 출발
한달여 5백마일 여정
“역시 정겨운 우리 한국인들이에요”
통일을 염원하며 만나는 사람들마다 희망을 주기 위해 지난 3월30일 한국 국토 최남단인 전남 해남 ‘땅끝 마을’을 출발, 국토 횡단에 나섰던 정찬열(60·본보 3월21일자 보도)씨.
보험인이자 수필가인 정씨가 여정을 마치고 지난 3일 강원도 고성군 통일 전망대에 도착하며 먼저 생각났던 것은 ‘참 잘했다’였다. 일반인이라고는 상상도 못할 2,000리(800km, 약 500마일)의 여정, 한 달 넘게 걸렸던 고된 과정의 길이었지만 그는 “가능성을 보았다”라며 “앞으로 북한 땅을 가로질러 백두산까지 가는 것이 그 다음 목표”라고 이야기 한다. 긴 여정을 보내고 남가주로 돌아온 그의 열정은 식을 줄 몰랐다.
여정의 첫 15일간은 아내 정영희(56)씨도 함께 했다. 아내 정씨는 남편의 길을 위해 일부러 15일 휴가를 내고 비행기에 몸을 실었을 정도였다. 처음에 반대했으나 남편의 뚜렷한 목적과 열정을 꺾을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첫 15일 아내와 함께 한 후 정씨는 그때부터 고난과의 싸움을 해야만 했다. 특히 깔창이 다 닳을 정도로 아스팔트길을 걷는 것은 쉽지 않았다. 비가 오는 날 차량이 질주하는 도로의 갓길을 걸을 때는 그야말로 ‘목숨 내놓고’ 걸어야만 했다. 전남의 한 지역에서는 갑자기 ‘돌개바람’이 몰아쳐 몸이 지나가는 차 쪽으로 쏠리는 아찔한 순간도 있었고 종착지 고성에서는 한 운전자가 졸음으로 정씨를 못 봐 가까스로 몇 인치 차이로 정씨를 피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어려운 길을 이길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은 다름 아닌 사람들이었다. 정씨는 “만나는 사람마다 정겨운 마음으로 반겨주었다”고 말했다.
특히 정씨의 국토 횡단 소식은 본국 매스컴에 알려져 한국 MBC, 경향신문, 연합뉴스 등을 통해 보도됐고 이를 알게 된 한국 내 각 지역 주민들은 정씨가 지나갈 때마다 민박 등을 권하기도 했다. 한 예로 정씨의 소식을 접한 한 공인회계사는 평창-영월 구간 하루 코스를 정씨와 같이 걷기도 했고 무주에서는 경찰 간부가 자신의 집에 묵고 가라고 할 정도로 한국 내 주민들은 정씨를 반겼다.
우여곡절 끝에 무사히 고성 통일 전망대에 도착한 정씨는 북한 땅을 바라보며 “‘앞으로 꼭 저 땅을 밟아 백두산에 도달하겠다’고 마음먹었다”며 “그럴 날은 반드시 올 것이라 확신한다”고 말했다.
<이종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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