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27일 아침 10시에 워싱턴 한국전쟁 기념공원에는 노병들이 노구(老軀)를 이끌고 한국군 참전용사 40여명과 미국군 참전용사 60여명 그리고 한덕수 주미한국 대사 등 한국과 미국의 정부요인 등 300여명이 참석해서 기념식을 거행했다.
1995년 7월27일부터 한 번도 빠짐없이 참석했던 필자도 이젠 76세로 늙어서 내려 쪼이는 태양광선을 피해 나무 밑 그늘에 자리 잡고 있었다. 이 기념공원을 건설할 당시 자금조달을 위해 미국 조폐공사를 통해 1991년도에 원 달러 실버 코인을 발행 했었다. 필자도 기부금을 내야 하겠다는 사명감으로 은화 한 개에 $39.00 하는 것을 10 개 $390.00을 주고 조폐공사에 주문해서 지금도 소장하고 있다.
북괴의 남침으로 멸망의 직전에 미군과 유엔군의 참전으로 대한민국을 지켜냈으며 2년 여간 밀고 당기는 협상 끝에 1953년7월 27일 정전협정이 체결된 날이다. 한국전쟁은 한국군 60만 명의 전사상자를 비롯 55만 명의 유엔군 전사상자 100만 명의 민간인 사상자 및 행방 불명자 그리고 1천만 명의 이산가족을 만들어 낸 동족상잔의 비극이었다.
그런데도 당사국인 대한미국은 국군 참전용사들에 대한 고마움을 표시하는 행사도 없고 태극기마저 게양하지 않는다. 그런가하면 침략자인 북한은 정전협정 20주년을 맞은 1973년부터 7월 27일을 ‘조국해방 전쟁 승리기념일’로 지정했다. 43주년인 1996년부터는 10대 명절로 정해 아예 공휴일로 만들었다. 전승일(戰勝日)이라는 거짓 주장도 가증스럽지만 아무런 생각이 없는 대한미국 정부에도 문제가 있다.
7월 27일 미국에서는 성조기(星條旗)가 일제히 조기(弔旗)로 게양됐다. 6·25 정전협정 56주년을 맞아 참전 미군 용사들의 숭고한 정신을 기리기 위해서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한반도의 자유와 평화를 위해 싸운 그들은 끝없는 존경과 감사를 받을 자격이 있다”며 조기 게양을 요청한 데 따른 것이다. 이어 그는 “한국과 미국의 강력한 파트너십은 현재도 주한미군 장병들에게 자부심을 주고 있다”고 격려했다. 한국전쟁에서 목숨을 잃은 미군 병사는 합계 62.475 명이다.
미국의 상원과 하원은 지난 24일 한국전쟁 참전용사 인정법안(Korean War Veterans Recognition Act)에 대한 구두표결을 실시, 만장일치로 가결했다. 이 법안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서명을 거처 공식 발효됐다. 앞으로도 법적으로 미국이 한국전쟁 휴전일에 참전용사들을 기리기 위해 조기(弔旗)를 게양하기로 했다.
6·25 참전용사에 대한 미국 사회의 극진한 예우는 6·25에 대한 한국사회와 정부의 인식과 대응을 되돌아보게 한다. 미국의 7.27 기념일은 6.25가 잊혀진 전쟁이 돼버린 우리를 부끄러움을 안겨 주고 있다.
6·25전쟁은 공식적으로도, 실질적으로도 끝나지 않았다. 종전(終戰)선언이나 평화협정이 없기 때문에 여전히 휴전상태다. 최근 북한의 1, 2차 핵실험과 장거리 탄도미사일 개발, 끊임없는 서해 북방한계선(NLL) 침입과 무력사용 위협은 6·25가 현재 진행형임을 보여준다. 1999, 2002년 두 차례의 연평해전은 국지전(局地戰)이었지만 남북 쌍방에 수십 명의 인명 피해와 함정의 침몰, 파손을 가져온 엄연한 전쟁이었다.
미국은 국가를 위해 싸우다 목숨을 잃은 전몰장병들에 대한 배려가 워낙 깊은 나라다. 희생자의 유골을 찾기 위해 수십 년 동안 온갖 정성을 기울인다. 워싱턴에 있는 한국전 기념공원에는 “알지도 못하는 나라, 만난 적도 없는 사람들의 지켜 달라는 부름에 응했던 우리의 아들딸들에게 깊은 경의를 표한다”는 문구가 화강석 돌에 쓰여 있다.
지금의 한국은 6·25가 잊혀진 전쟁이 되어 가고 있으니 심각한 문제다. 내년은 6·25 발발 60 주년이다. 전쟁을 재조명하는 여러 행사가 준비되고 있겠지만 무엇보다 자라나는 세대에게 6·25를 있는 사실대로 정확한 진상부터 제대로 가르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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